최상순 케네소주립대 교수 감독 ‘About a Bowshot Away’…생존 경쟁의 삶에서 딸 교육으로 눈돌린 아버지
크리스틴 유 프로듀서 ‘Friendly Signs’…한인의 억울한 처지 보며 재소자의 삶에 눈떠
지난달 28일 열린 조지아주 최대 영화인의 축제 ‘애틀랜타 영화제'(ATLFF)에선 한인이 제작한 두 편의 단편 다큐멘터리가 상영됐다.
올림픽 양궁 선수의 꿈을 꾸는 한인 2세 최하윤(14)양의 이야기를 다룬 ‘어바웃 어 보우샷 어웨이'(About a Bowshot Away)와 캘리포니아주 샌 퀜틴 교도소의 농인 문화를 취재한 ‘프렌들리 사인'(Friendly Signs)이다.
‘어바웃 어 보우샷 어웨이’의 감독 최상순 케네소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곳곳에서 열리는 영화에 참석하며 소수계 스토리텔링의 힘을 느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내가 사랑하는 소재로 잘하는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그의 앞에 몇 해 전 우연히 나타난 사람이 최재민 코치다.
최 감독은 “어린 양궁 유망주(최하윤 양)의 존재도 흥미로웠지만 그가 전문 강사가 아닌 아버지의 코칭을 받아 성장했다는 ‘제2의 박세리’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고 말했다.
최하윤 양은 5년 전 8살의 나이에 활을 처음 들었다. 한인 양궁 학원을 잠시 다녔지만 도제식 훈련방식에 회의감을 느낀 부모가 직접 가르쳐야겠다고 마음 먹은 게 3년 전. 그때부터 딸과 아버지의 훈련이 함께 시작됐다.
최 코치는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처음 아이를 가르칠 때 시행착오를 거치는 시간이 길었다”고 회상했다. “잘못된 방식으로 가르쳐 일주일 나쁜 버릇이 들면 그 버릇을 없애는 데 두 달을 쓰는 식”으로 몸에 맞는 조준법을 알음알음 터득해나갔다. 이기식 미국 양궁 대표팀 감독 등 양궁계 유수의 한인을 직접 찾아가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어바웃 어 보우샷 어웨이’ 트레일러
한인 부모의 자녀 교육열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최 코치의 경우 이민 이후 정착에 바빠 자녀 양육은 뒷전이었던 때가 있었다고도 고백했다. 1990년대 14살에 조지아주로 이민 온 그는 변호사 사무실, 식당, 옷가게, 보험, 융자 등 다양한 업종을 오가며 삶을 꾸려왔다.
“이민 1~2세 가정은 식구들과 오붓한 시간을 자주 보내기 어렵잖아요. 하윤이가 태어났을 때도 식당 여러 개를 운영 중이었습니다.” 어느날 휴대폰 속 아이 사진을 보다, 대부분 식당 주방에서 찍은 사진인 것을 알아차린 순간 그와 아내는 많았던 식당을 처분하기로 결심했다.
최하윤 양은 2021년 전국 U13 경기 3등을 시작으로 2022년 U15 경기 1등을 거쳐 지난해 U18 경기에서 9등을 차지했다.
화상 인터뷰 중인 크리스틴 유 감독.
이민자 또는 소수계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시도는 당사자가 정치적 주체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에도 반향을 가져온다.
2013년 데뷔작 웨딩팰리스 이후 할리우드에서 유일한 한인 여성 감독으로 한국에 알려진 크리스틴 유 감독은 ‘프렌들리 사인’의 제작자 중 한 명으로 참여하며 소수 인종과 뗄 수 없는 현안인 ‘사법 정의’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프렌들리 사인’ 트레일러
유 감독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캘리포니아주 샌 퀜틴 교도소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수감자 중 한 명인 라산 토마스를 만났다”며 “영화 감독이 되고 싶다는 그를 도와 ‘프렌들리 사인’ 제작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가 복역자의 삶에 관심을 쏟게 된 계기는 20여년 전 친구가 된 강현구씨다. 그는 1999년 로스앤젤레스에서 강도 등의 혐의로 271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지만 지난해 26년의 복역을 마치고 조기 석방됐다.
유 감독은 “그는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수많은 아시아계 미국인 중 하나”라며 “그와 친구가 되면서 편견과 낙인을 겪는 여러 재소자들의 처지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다큐멘터리 ‘프렌들리 사인’ 트레일러 중 한 장면
올해 애틀랜타 영화제에서는 소수인종과 여성, 성소수자 등의 ‘다양성’ 경향이 눈에 띈다. 영화제 측에 따르면 올해 출품작의 감독 중 59%가 BIPOC(흑인·원주민·유색인종)이며 49%는 여성 및 논바이너리(한쪽 성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다.
유 감독은 “우리는 하나의 균질한 이야기로 이뤄진 세상에 살지 않는다”며 “다양한 출신 배경을 우대함으로써 여러 관점을 갖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재, 사진 /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