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에서 국왕의 초상화는 오랫동안 권위의 상징으로 사용됐고 현재도 전통으로 남아 이어지고 있다.
버킹엄궁은 지난 14일 찰스 3세의 초상화를 공개했다. 지난해 5월 대관식 이후 첫 공식 초상화다.
이 초상화가 공개된 이후 영미권 언론도, 소셜미디어(SNS)도 시끄럽다. 무엇보다 활활 타오르는 듯한 붉은 색조가 캔버스를 가득 채운 점이 엇갈린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찰스 3세는 직접 막을 걷어내는 순간 다소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물론, 이후에는 화가 조너선 여우를 향해 “멋지다(fantastic)”고 칭찬하기는 했다.
5월14일 공식 초상화 제막식의 찰스 3세. 로이터
새롭고 현대적이라는 호평도 있지만 지나치게 빨갛다는 혹평도 쏟아졌다. 왕실 역사학자 케이트 윌리엄스는 CNN에 출연해 “왕실의 홍보 참사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적이고 찰스 3세의 얼굴은 아주 잘 잡아낸 것으로 평가되지만, 언론과 온라인에서 ‘불편하다’거나 ‘공포영화 포스터 같다’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초상화가 현대사회에서 국왕과 왕실이 직면한 논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뜨거운 논란의 자리(hot seat)에 선 상태로 영원히 포착된 국왕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2012년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의 공식 초상화.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 제공, 폴 엠슬리 작품
국왕의 초상화로 SNS가 시끄럽다는 것은 새로울 수 있지만, 사실 영국 왕실에서 초상화를 둘러싼 논란이 처음은 아니라고 NYT는 소개했다.
2012년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의 첫 번째 공식 초상화는 ‘뱀파이어 같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 문화 담당 기자 샬럿 히긴스는 당시 흡혈귀를 소재로 한 소설과 영화인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고 혹평했다.
왕립예술학회에 걸린 1998년 엘리자베스 2세 초상화. 촬영 김지연
1998년 저스틴 모티머가 그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는 목이 잘린 것처럼 보인다는 혹평을 받았다.
당시 BBC는 이 논란을 전하면서 “여왕이 최근 초상화 화가에 의해 캔버스에서 목이 잘렸다”고 썼다.
의뢰기관 퇴짜맞고 다시 그려진 필립공 초상화. 영국왕립학회(RSA) 소장 작품, 예술 아카이브 재단 ArtUK 웹사이트
찰스 3세의 부친인 필립공의 2002년 초상화는 상반신을 탈의한 모습으로 그려져 논란을 낳았다.
초상화가 스튜어트 피어슨 라이트는 영국왕립학회(RSA) 의뢰를 받아 필립공을 상반신을 탈의한 모습으로 그렸는데, 이 작품이 거절당하자 얼굴 부분만 비슷하게 다시 그린 그림을 RSA에 제공했다.
필립공이 모델로 선 동안 실제 상의를 벗은 것은 아니다. 화가 라이트는 런던에 사는 한 노인을 모델로 해서 흉부를 그린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고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