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늘었지만, 이를 단죄해야 할 사법부에서 아시아계의 대표성은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미국의 2023년 인구 조사의 노동력 통계에 따르면 판사와 치안판사 등 관련 인력으로 집계된 7만6천명 가운데 아시아계는 0.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야의 인종 구성을 보면 백인이 72.3%로 압도적이고, 흑인·아프리카계가 26.2%, 히스패닉·라틴계가 11.2%로 뒤를 이었다.
미국 판사 중 아시아계 비중은 그야말로 극소수임을 알 수 있다.
판사에 더해 변호사와 로클럭(법관을 보조하는 재판·법률연구원) 등을 합한 법률 직종 전체로 봐도 총종사자 189만7천명 가운데 아시아계는 4.4%에 불과했다. 백인이 82.7%, 흑인이 10.0%, 히스패닉이 9.7%였다.
아시아계는 미국 전체 노동 인구의 6.9%를 차지한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이 통계를 전하면서 “아시아계 미국인은 판사석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다”며 “팬데믹으로 증오범죄가 늘어난 와중에도 아시아계 미국인은 전체 판사 중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CNBC는 2013년부터 지난 10년간 아시아계 미국인이 법조계에서 입지를 늘리지 못한 유일한 소수인종 집단이라고 꼬집었다.
2013년 통계에서 전체 판사 중 아시아계 비율은 0.1%를 차지했는데, 2023년에는 오히려 더 줄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흑인(7.8%→26.2%)과 히스패닉(6.3%→11.2%) 판사 비율은 크게 늘었다.
단적으로 미 연방 대법원에도 대법관으로 임명된 아시아계 판사는 아직 한 명도 없다.
이 문제와 관련해 연구서를 저술한 바 있는 캘리포니아주(州) 대법관 굿윈 리우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그동안 법조계의 모든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하지만 그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리더십 위치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우 판사는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를 사법적으로 다루는 문제에 대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이 문제에 있어서 엄청나게 작은 확성기(메가폰)를 갖고 있다”며 “이는 (아시아계의) 대표성이 부족한 영역의 측면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종 증오범죄를 다룰 때 아시아계의 대표성을 높이려면 아시아계 검사의 수를 늘리는 데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