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요즈음 나를 유혹한다. 많은 고난과 도전을 받고 동시에 성장통을 앓고 있지만 미래를 가진 기회의 대륙이라 여러 면에서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앨라배마 세계 문제 위원회 (Alabama World Affairs Council)는 미국 세계 문제 위원회 (World Affairs Council of America) 산하 90위원회 중 하나이다. 이 위원회의 취지는 미국에 영향을 주는 온갖 세계 정세의 정확한 정보를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군에서 퇴직하고 나서도 남편과 나는 세상사에 관심을 끊지 못한다. 다행히 이 단체에 초빙된 전문강사들이 지구상에 일어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다방면에 걸친 고견을 알려줘서 현실을 바르게 이해하며 산다. 가까이 지내는 토박이 지인들도 우리와 비슷한 성향이라 모두 이 단체의 회원들이다. 우리가 만나면 지구를 여러번 들었다 내리며 세상 곳곳의 분쟁에 각자의 견해를 나눈다.
세계정세가 새로운 시기를 맞는다.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미국사회의 실상만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중국과 동남아시아 나라들의 갈등, 중국과 타이완 대립에 북한의 핵무기에 위협받는 한국과 일본, 여기에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는 쿠데타 등 분쟁지역이 지도에 흩어져 있다. 그리고 지구상의 생태계가 변질되며 대형 자연재해도 곳곳에 많이 일어난다. 가만히 생각하면 오늘보다 어제가 평화로웠고 불안을 품고 있는 우울한 미래는 마치 시한폭탄 같은 착각도 준다.
근래에 여럿 터진 워낙 큰 불덩어리들이 많으니 세상사람들의 의식은 아프리카의 존재나 그곳의 상황에 민감하지 않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 앨라배마 세계 문제 위원회 모임에서 Air War College 부교수 Ashly Townsen박사의 브리핑을 통해서 아프리카를 새롭게 보게 됐다. 그는 유럽과 중동 문제에 아프리카를 연결시켜 놀랍도록 빠르게 변하는 아프리카의 실상을 설명했다.
파격적으로 증가하는 아프리카의 인구는 상상을 초월해서 앞으로 25년 후에 세계인구의 25퍼센트는 아프리카에 살 것이라는 것이다. 평균나이는 현재 미국이 40살을 향해 가는 길이고 유럽이나 한국 일본은 벌써 40살을 훨씬 넘었지만 아프리카는 15세다. 50퍼센트의 주민은 15세가 되지 않았고 나머지 50퍼센트는 15세가 넘었으니 아프리카의 주민은 다른 대륙과 달리 점점 젊어지고 있다. 2040년에는 지구에서 가장 큰 대도시 10곳이 모두 아프리카에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니 나라마다 빈부 격차가 크도 일반적으로 초고속도로 발전한다는 정보다.
더구나 경쟁국가들의 복잡한 문제는 해당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의 팽팽한 이권다툼은 현재 아프리카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활동하지만 정작 위험한 사태는 독재자들에게 안보를 지원하는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이다. 말리, 수단, 차드, 니제르 등 중앙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거미줄처럼 확대된 러시아 용병들의 존재다. 특히 작년 7월에 쿠데타를 일으킨 니제라 군부는 러시아와 안보협정을 맺고 그동안 니제르에 주둔하며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IS와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 등을 소탕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미군들을 올 9월까지 철수하라고 했다. 미국이 비우는 자리를 러시아 용병들이 채우지만 그들은 알카에다와 IS를 상대하지 않을테니 뒷문제는 상상하기 겁난다.
2차 대전후부터 대외 원조실시기관인 국제개발처 USAID (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는 세계 미개발국에서 여러 분야에 인도적인 구제사업을 실행한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든다 싶지만 미국의 이 단체는 여전히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에이즈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노력한 결과 2천5백만 아프리카인들의 생명을 구한 실적도 올렸다.
“아프리카가 온다!”고 강조한 타운센 박사의 예고는 어쩌면 조금 늦었다. 아프리카는 벌써 나 사는 곳에 도착해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내가 다니는 성당에 케냐 출신 가톨릭 사제 2분이 영적 지도자로 자리잡는다. 이렇게 얽히고설키는 사람살이다. 현 국제정세는 평화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희망을 주지 않지만 긍적적인 미래의 가능성도 있다. 세상만사는 상호 연결되어 있고 당장 나에게 무관해도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나의 삶에 영향을 줄 테니 차라리 사태를 알고 이해하며 적응하자는 자세를 지킨다. 더불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직시하되 그것에 감정적으로 휘몰리지 않도록 내 의식을 꽉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