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교황에게서는 볼 수 없는 유머 감각을 갖춘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전 세계 유명 코미디언들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색다른 만남을 가졌다.
교황청 관영매체 바티칸뉴스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바티칸 사도궁에서 영화 ‘시스터 액트’ 시리즈의 주인공인 배우 우피 골드버그를 비롯해 미국 TV 토크쇼 진행자 지미 팰런, 코난 오브라이언 등 15개국에서 온 세계 정상급 코미디언 107명을 만났다.
코미디언 크리스 록, 영국 드라마 ‘디 오피스’에서 작가이자 배우로 활약한 스티븐 머천트, 미국 드라마 ‘사인필드’로 유명한 줄리아 루이스 드레퓌스 등도 참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바티칸 사도궁에서 열린 전 세계 코미디언 초청 문화 행사에서 코난 오브라이언(위) 과 배우 우피 골드버그와 악수하고 있다. 바티칸 미디어 제공.
교황은 “우울한 뉴스가 넘쳐나고 사회적, 개인적 위기 속에서 여러분은 평온과 미소를 전파할 수 있으며 세대와 문화적 배경이 다른 다양한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웃음은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장벽을 허물고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면서 자신이 ‘주여, 내게 좋은 유머 감각을 주소서’라고 40년 동안 기도해왔다고 덧붙여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교황은 이후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우리가 미소를 지으며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고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아울러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놀고 농담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신을 비웃는 것도 괜찮다”며 “다만 신자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종교적 감정을 상하게 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골드버그는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시스터 액트 3’에 카메오로 출연해줄 것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교황이 제안을 수락했느냐는 질문에 “오늘은 교황에게 물어볼 상황이 아니었고, 아마 이메일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웃으며 답했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이 전했다.
교황청 문화교육부·홍보부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인간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교황청은 설명했다. 전체 참가자의 3분의 2 정도는 이탈리아 출신이었다.
특유의 위트와 유머러스한 언행으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부터 유머의 힘을 예찬해왔다. 수도자들을 향해서는 심각한 모습보다는 기쁨과 유머 감각을 통해 신앙을 전파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된 후 전 세계 신자에게 첫 강복을 하면서도 특유의 유머 감각을 뽐냈다. 교황은 첫인사에서 “콘클라베(교황선출회의)에서는 로마의 주교를 뽑는데 동료 추기경들이 세상의 끝에서 로마의 주교를 뽑아왔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전 세계 코미디언들과 만남을 마치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진행 중인 이탈리아 동남부 풀리아주로 향했다.
역대 교황으로는 최초로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후 인공지능(AI) 관련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