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AAPI)는 갖가지 인종차별과 혐오(anti-Asian hate)에 직면했다. 3년전 애틀랜타 총격사건 당시 필자를 비롯한 한인들이 서로 전화를 돌리고 상황을 우려하며, 앞으로의 활동을 조심하고 위축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AAPI 평등연합 프로그램 관리 이사인 미셸 수라탄 웡(Michelle Sewrathan Wong)은 “팬데믹 기간 동안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이 나라에서 몇 세대 동안 보지 못한 잔혹함을 경험했다”고 지적한다.
아시아계 커뮤니티의 상처를 숨기기보다 터놓고 이야기하자는 움직임이 최근 한인 등 아시아계 이민사회에서 열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소셜서비스부(California Department of Social Services) 지원으로 AAPI평등연합(AAPI Equity Alliance)이 주도하는 ‘참여를 통해 사람들을 치유하기’ (The Healing Our People Through Engagement, HOPE)가 바로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인 등 5개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40개 단체에서 시행중이며, LA에서는 한인타운 청소년회관(Korean Youth Community Center)에서 실시 중이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급진적 치유 프레임워크’ (Radical Healing Framework)의 도입이다. 흑인들의 인종차별 경험에 기반해 고안된 이 프레임은, 한마디로 ‘참고 조용히 지내는 것(coping)보다, 터놓고 이야기하며 서로 연대(connecting)하는 것이 치유(healing)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드폴 대학교(DePaul University)의 심리학 부교수인 앤 소 박사(Dr. Anne Saw)는 그는 “이 프레임워크는 단순히 인종차별의 트라우마적 영향을 극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커뮤니티가 자신의 경험이 부정의 역사를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이해하고 자가 치유 방법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세대의 아시아계 여러명은 한데 모여 자신의 인종차별 경험을나누게 된다.
리틀 도쿄 서비스 센터의 시에우 왕(Xueyou Wang)은 “토론을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공격의 표적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뉴스에서 보는 폭력사건 소식을 보며, 군중 속에서 다른 아시아계를 보게 되면 보호해줘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인들에게 있어 마음의 상처를 남들 앞에서 터놓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불가능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에서 HOPE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조앤 원(Joann Won)은 기자회견에서 “한 1세대 한인 이민자는 이웃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문화적 차이와 액센트 때문에 무시당하면서 정신 건강에 해를 입었다고 고백했다”며 “HOPE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이 겪은 고통의 경험을 표현하며, 해방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고 소개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6주 후 한인 참가자들은 점심을 함께할 정도로 가까워지며, 우리는 더 이상 고립되지 않았다는 공동체 정신을 느끼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필자를 포함한 애틀랜타 한인, 그리고 미주 한인들은 애틀랜타 총격의 스트레스를 3년째 잊지 못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인들이 그렇듯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터놓고 이야기하기보다는, 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들은 다 지나간 일이라며 앞으로 나아가자고 하기도 한다. 필자도 매년 애틀랜타 총격사건 추모식에 참가하지만, 매년 관심이 갈수록 떨어져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힘들더라도 아픈 기억을 서로와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해볼만한 일이다. 프로그램의 개발자인 앤소 박사는 “인종차별은 개인 차원에서만 발생하지 않으며, 치유와 다른 미래를 희망하기 위해 다함께 행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당장 우리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이 문제를 한번 터놓고 이야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