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샌프란시스코 차이나 타운은 ‘다단계 사기’ 사건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연방검찰은 2023년 4월 중국계 데렉 빈센트 추(Derek Vincent Chu)를 폰지사기(Ponzi scheme) 혐의로 기소했다. 추는 베이 에이리어 중국계 이민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무려 3900만달러를 사취한 혐의로 체포됐다.
검찰에 따르면 추는 2013-2020년에 걸쳐 투자금 명목으로 3900만달러를 받았다. 변제를 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다른 투자자의 돈을 빼돌려 갚는 ‘돌려막기’ 수법을 썼다. “추는 또한 개인 크레딧카드 변제, 여행 비용, 사치품 구입 등으로 730만달러를 탕진했다”고 피해자 대리인 제인리 막(Jaynry Mak) 변호사는 설명한다.
추의 표적은 중국어만 말하고 영어가 서툰 차이나 타운 노인들이었다. 예를 들어 그는 2016년 한 노부부에게 접근해 “5000달러를 빌려주면 이자 15%를 주겠다”고 말했다. 그가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자 노부부가 기뻐한 것은 물론이다. 1년 후 추는 “23만달러를 빌려달라”고 요구해 받아냈고, 부부에게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해 신뢰를 얻었다. 그 후 또다시 5만달러를 ‘야금야금’ 빌리기 시작했다.
노부부의 신뢰를 얻은 추는 2018년 “좋은 투자처가 있다”며 부부에게 서류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노부부는 어떤 서류인지도 모르고, 추가 시키는대로 서명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서류는 부부의 명의로 80만달러를 대출한다는 내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추는 노부부의 부동산을 재융자해 추가로 120만달러를 갈취했다.
결국 부부의 총 모기지 대출금액은 200만달러에 달하게 됐다. 부부가 항의하자 추는 “대출금을 갚을수 없으니 부동산을 매각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부부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추를 샌프란시스코 경찰(SFPD)에 신고했다. 또한 비슷한 일을 겪은 다른 피해자들도 2019년 추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었다. 추가 영어가 서툰 중국계 노인들에게 부동산 투자 뿐만 아니라 암호화폐(cryptocurrency scam) 투자사기까지 쳤기 때문이었다.
추의 수법은 노인들을 노린 투자사기(elder fraud)의 전형이라고 샌프란시스코 FBI 지부장 로버트 트립(Robert Tripp) 요원은 설명한다. FBI 데이터에 따르면, 노인사기 피해자들은 1인당 평균 33,000달러 의 피해를 입는다. 트립 요원은 “이메일, 전화 또는 문자 메시지로 시작되는 이런 사기는 ‘암호화폐’와 같은 수익성 높은 투자 기회를 가장하며 피해자들을 속인다”고 지적한다. 샌프란시스코 경찰 토니 플로레스(Tony Flores) 경위는 “2-3명의 팀으로 구성된 사기꾼들은 보통 피해자들의 모국어를 구사하며 친근하게 다가온다”고 경고했다.
추의 사기수법은 한인사회에도 낯설지 않다. 모국어를 구사하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동포를 철석같이 믿고, “큰 돈을 벌수 있다”는 꼬임에 빠져 내용도 모르는 문서에 서명하거나 큰 돈을 건넸다가 피해를 입는 어르신들의 사례는 한인사회에도 만연해 있다.
이런 류의 사기를 당하면 많은 어르신들이 “동네 창피하다”며 신고를 꺼린다. 그러나 사기 피해를 입으면 신속히 경찰과 금융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데렉 추의 경우 역시, 피해를 입은 중국계 노인들 수십명이 경찰에 신고해 검찰에 기소됐으며, 최고 징역 20년, 벌금 25만달러 형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기피해를 막고, 사기범을 처벌하고,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혼자 끙끙 앓기 보다는 경찰 및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먼저 금융기관에 연락해 사기 피해를 알리고 지불, 지급정지를 시킨 후, FBI에 신고(1-800-CALLFBI, https://ic3.gov)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