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침 마당, 도전 꿈의 무대에 61세된 강 해경이라는 여자분이 나왔다. 5명의 경쟁 후보 중에 하나로 노래를 부르기 전에, 그녀가 ‘웃음 치료사’가 된 사연을 이야기했다.
36살에 하반신 디스크 마비로 병원에 입원했던 그녀는 어린 딸을 위해서 꼭 건강을 회복하겠다 고 결심했다. 밤에 화장실에 가기 위해 1분이면 갈 거리를 2시간 걸려 기어서 갔다 왔다. 간호사가 중간에 휠체어를 가져왔지만 그녀는 자기 의지로 기어서 다녀왔다. 일어나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굳은 의지 덕에 그녀는 병을 이겼다.
39살에 유방암에 걸렸다. 어린 두 딸을 두고 죽을 수는 없었다. 살아야 겠다는 의지로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고 회복되었다. 그 와중에 남편이 빚보증을 잘 못 서서 아파트를 내놓고 길바닥에 나앉게 되었다.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릴 때 웃음 치료를 받았다. 연습 삼아 웃어보니 집안 분위기가 밝아졌다. 거기에 노래까지 하니 건강이 회복되고 행복해졌다. 웃음치료가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그래서 그녀는 웃음 치료사가 되어 암환자들에게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사명을 가지고 일한다. 부정 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게 바꾸는데 총력을 다한다. 그분 이야기를 들으며 내 웃음 연습이 생각났다.
2021년 1월 2일 중앙일보에 “새해에는 웃음 연습을 하자”라는 나의 글을 올렸다. 글의 내용은 웃으며 사는 것이 육체적인 건강을 도우며 정신적인 행복을 가져온다는 연구와 증거들이 쏟아지고, 세상이 웃고 살자는 세상으로 진화되어 바뀌어 가는데, 나도 새 시대에 적응하려면 웃는 연습을 하여야 되겠다는 글이다.
가난한 시대, 고난의 시대를 지나며 만들어진 내 표정에는 웃음이 없고, 근엄하거나, 노한 표정, 비판과 불만, 잘난 체, 아는 체하는 가짜 표정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고생하며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것도 억울하고, 어려서 고생덕에 지금은 잘된 일도 있는데, 남은 생도 그때 생긴 버릇 때문에 병들어 불행하게 산다면 더 억울할 것 같았다.
불만스러운 일들을 찾아보면 죽을 때까지 찾아도 다 끝이 없고, 감사한 일들을 찾아보면 바닷물 쪽박으로 푸는 듯 끝이 없는데, 평생을 불만스러운 일들만 보고 사는 것 보다 감사한 일들을 보며 사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았다.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나서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볼 때 웃는 연습을 해봤다. 눈썹 사이의 주름을 펴 보았다. 매일 일부러 웃었다. 눈살이 찌푸린 모습을 펴서 웃어보았다. 양미간의 주름을 문질러 주었다. 방실방실 웃는 어릴 때 귀여운 손녀의 사진을 사무실 게시판에 붙여 놓고 아침마다 출근해서 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맑은 웃음에 전염되어 나도 웃었다. 그래 오늘 하루도 웃으며 시작하고, 웃을 일을 찾아보며 웃으며 살도록 노력했다.
시간이 흘러 80대 중반을 넘었다. 그동안 웃으며 살자고 노력한 결과로 나는 더 웃는 사람으로 변했을까? 웃는 연습을 한 결과가 내 건강을 도왔을까? 웃는 연습이 나를 더 행복한 사람으로 변화시켰을까? 그동안의 노력의 결과가 뚜렷하지는 않아도 건강에 도움이 되고 마음에 평안을 조금 더한 것 같다.
최근에 체육관에 가면 수영장 옆의 스파 물 마사지를 한다. 통풍으로 병든 발바닥을 물마사지를 하면 나을 것 같아 가끔 간다. 가끔은 몇 노인들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퐁퐁 뿜는 물에 등을 대고 앉아 눈을 감고 있다. 눈을 감은 표정이 고통스러운 듯 찌푸리는 분도 있다. 나도 그랬다. 그들도 나와 같이 어려운 시절을 살아오면서 버릇된 삶의 그늘들이 이젠 굳어 평소의 바탕이 된 것 같다.
그런 찡그린 표정을 보니 내가 웃으며 살자고 한 이유가 생각났다. 그래서 나는 눈을 감고, 바다에 떠 오르는 태양을 기억하며 잔잔히 웃어본다. 유럽 크루즈 갔을 때 매일 이른 아침 갑판에 올라가 걷다가 바다에 떠오르는 해를 보았다. 황금빛 파도조각들 저편에 황금빛 찬란한 아침 해를 볼 때, 가슴에 평안과 기쁨을 느꼈다. 감사한 기분은 나도 모르게 같은 감사한 일들과 연결되고 내 얼굴은 잔잔한 미소를 만든다.
누굴 기다리는 시간, 운동을 할 때, 할 일 없는 자투리 시간, 그런 시간에 웃는 연습을 한다. 잔잔히 웃는 연습을 한다. 마음이 편해지고 주변과 과거의 감사한 일들이 보인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받아들이고, 무조건 용서하며, 마음의 기쁨과 평안을 연습한다. 익어가는 성령의 열매들, 의식 진화의 성숙의 단계, 부처님의 미소를 연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