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의 전기기사 알리슨 살링은 최근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재택근무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직업이지만, 이제 영상통화만으로도 충분해졌기 때문이다. 수리가 필요한 현장에 직접 출동하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고객에게 천장에 선풍기를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게 주 업무가 됐다.
미국에 이 같은 비대면 집수리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전했다. 설치·수리기사가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영상통화나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실감나게 의뢰인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살링은 “이전엔 90분 거리를 오가며 일했지만, 비대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엔 전원 생활과 ‘워라밸’을 즐기고 있다”고 신문에 말했다. 과거 같으면 멀어서 방문이 어려웠던 일도 받으니, 벌이도 좋아졌다고 했다. 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유럽의 수리 의뢰를 받는 사람도 생겨났을 정도다.
이런 비대면 설치·수리 서비스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외부인의 방문을 꺼리는 사람들의 수요로 등장했다.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도 저렴한 가격 덕분에 수요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세탁기 문이 안 열려요’와 같은 사소한 의뢰도 들어오는데, 방문기사를 불렀다면 100달러가 들었을 테지만 비대면으론 3달러면 충분하다. 가전제품 수리기사인 셰인 스튜어트는 “대부분 연결이 안 돼 있거나 전원이 켜지 않아 생기는 단순한 문제가 많다”고 신문에 말했다.
설치·수리 방문을 위해 시간을 비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비대면 설치·수리는 짧게는 15분, 길어도 2시간쯤이면 마친다.
가전제품 수리기사가 영상통화로 고객에게 설명하는 모습. 사진 프론트도어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기간에 주목받았던 줌(Zoom) 등 화상회의 플랫폼도 비대면 서비스 시장을 키우는 요소로 거론된다. 줌의 경우 가상 립스틱 효과를, 구글 미트의 경우 눈 밑 다크서클을 제거하는 필터를 제공하는데, 맨 얼굴도 화장한 얼굴처럼 바꿔주는 이런 기술로 영상통화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비대면이 방문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냉난방 기계 수리기사인 브라이언 잭슨은 WSJ와 인터뷰에서 “고객이 지시를 따르지 않아 난감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며 “고객이 에어컨 부품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아 몇 분간 논쟁을 벌여야 했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물론 화상 설명만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대면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론트도어(Frontdoor)에 따르면 전체 의뢰 중 약 40%는 작업이 복잡해 결국 방문 업체로 연결해준다고 한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