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전하고 있다. 그를 둘러싼 다양한 ‘사법 리스크’와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여론조사 및 토론에서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트럼프의 재집권’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과연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2025년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민자인 한인들로서는 가장 궁금한 사항은 역시 ‘이민정책’이다.
차기 트럼프 정권 이민정책의 단서는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이 발행하는 프로젝트 25(Project 25) 보고서에서 찾아볼수 있다. 보수 싱크탱크인 이 재단은 올해 ‘리더십을 위한 명령’ (Mandate for Leadership)이라는 이름으로, 연방정부에게 175개 이민 정책 실행을 권고했다.
“이 보고서를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2017년, 이 보고서 권고사항의 64%를 실행에 옮겼다”고 니스카넨 센터(Niskanen Center)의 이민 연구 분석가인 세실리아 에스터라인(Cecilia Esterline)은 지적한다.
예를 들어 이 보고서는 “의회의 승인 없이, 대통령 권한으로 비자 처리를 지연시켜라. 전체 이민 카테고리에 ‘과도한 수준의 신청서 접수’가 있으면 접수를 중단시켜라”고 권고한다. 물론 ‘과도한 수준’이라는게 어느 정도를 말하는지는 ‘대통령 마음대로’일 것이다. 이 정책이 실현된다면 현재 적체를 빚고 있는 H-1B 비자 등은 심각하게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 보고서는 또 “이민국(USCIS) 이외의 별도의 부서를 만들어 케이스를 승인, 처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민국은 2022년 860만 건의 이민 승인 신청을 처리했는데, 지금도 “처리 기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인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그런데 만약 별도의 부서를 만들어 케이스를 이관, 처리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오래 걸리는 비자, 영주권 처리 기간은 더욱 한없이 길어질 것이다.
이 보고서는 또 “DACA 수혜자를 포함하여 ‘불법 체류자’에게 ‘인스테이트 등록금’(in-state tuition)을 허용하는 주에 대해 연방교육부 학자금 대출을 거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 정책이 실현되면 최대 1070만 명의 대학생이 연방 학자금 대출을 거부당할 수 있다.
‘이민단속 및 추방’의 공포도 이민사회에 드리워질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집권하면 이민자 1,500만- 2,000만 명을 추방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목소리 교육펀드(America’s Voice Education Fund)의 선임 연구 책임자인 재커리 뮬러(Zachary Mueller)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지적한다.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내 서류미비자는 1,050만 명(전체 인구의 약 3%)이다. 오바마 행정부 이래 (2007- 2021년) 서류미비자 숫자는 175만 명(14%)이 감소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가장 적은 수치로, 서류미비자 정책이 성공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실제 서류미비자보다 훨씬 많은 숫자를 추방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러한 무리한 추방 정책은 결국 ‘이민자들의 인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 명백하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멕시코 국경 문제’는 우리 한인들과 직접 관련이 없으니 일단 제쳐두자.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다른 이민정책들도 한인들에게는 매우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인들에게 절실한 비자와 영주권은 크게 후퇴할 것이 분명하다.
오늘도 비자와 영주권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 한인들의 가족, 친지, 이웃들을 생각하면, 한인들은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신중하게 투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