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케이드 재심사 탈락은 79만3000명 달해
‘일하는 자’에게만 저렴한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한다는 취지의 조지아주 메디케이드 확대정책이 시행 1년을 넘겼지만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달 근로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절차가 번거로워 자격 요건을 갖춘 주민조차 가입을 피하는 실정이다.
주정부의 메디케이드 정책을 주관하는 커뮤니티 보건부(DCH)는 근로 및 교육 훈련 요건을 갖춘 저소득층에 메디케이드 혜택을 확대하는 ‘패스웨이즈'(Pathways) 프로그램에 가입한 주민이 지난달 7일 기준 4318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주정부의 예상 가입자 2만 5000명의 17%에 불과한 수치다. 당국은 프로그램 도입 당시 최대 10만 명까지 가입이 가능하다고 봤다.
반면 작년 4월 이후 1년간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 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 수혜자 재심사에서 탈락한 조지아주 주민은 지난달 28일 기준 무려 79만2800명에 달한다. 기존 메디케이드 수혜자의 45%가 지난 5월로 종료된 재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탈락률이 전국 8번째로 높다.
패스웨이즈 프로그램은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연방정부의 메디케이드 전면 확대 정책을 거부하며 지난해 7월 도입한 정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중단되었던 메디케이드 적격 심사가 지난해 재개되면서 많은 주민들이 의료 보험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시행됐다. 당초 2021년 도입 예정이었지만 바이든 행정부와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가 의료보험 가입 요건으로 노동을 의무화하는 조치에 제동을 걸면서 법적 공방을 거친 후에야 시작됐다.
패스웨이즈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매달 80시간 이상 일하거나 교육 훈련을 받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또한 소득 기준도 충족시켜야 하는데, 1인 가구 기준 연간 1만 5060달러, 4인 3만 1200달러를 초과하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보건정책 전문가들은 이러한 까다로운 요건들이 가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레오 쿠엘로 조지타운 대학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전국 최초로 의료보험자에게 노동을 의무화한 조지아의 패스웨이즈 실험은 분명한 실패”라며 “취업이 어려운 저소득층, 돌봄 노동 등 법의 보호를 받지 않는 비공식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정 근무시간이 없어 출퇴근 기록을 제공하기 어렵거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매달 온라인으로 근로 기록 서류를 제출하도록 한 절차도 비현실적이다. 클레이 카운티의 카렌 킨셀 박사는 “병원 환자 중 적격 요건을 갖춘 30명에게 패스웨이즈 등록을 권유했지만, 모두 복잡한 절차 때문에 가입을 고사했다”고 전했다.
주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방해로 프로그램 시행이 지연되며 가입자가 저조한 것이라는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개리슨 더글라스 주지사실 대변인은 “프로그램은 조지아 저소득층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가 (소송으로) 훔친 시간을 회복하기 위해 싸우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당국은 내년 9월 종료 예정인 프로그램 시한을 2028년까지 연장하기 위해 지난 2월 다시 바이든 행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메디케이드 등 공공의료보험에 부정적 입장을 반복해 표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패스웨이즈 프로그램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ABC뉴스는 “조지아주의 프로그램은 저조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에 확대될 수 있다”며 “최근 메디케이드 가입 요건으로 근로 의무를 추가하자고 주장하는 공화당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델버트 호스먼 미시시피주 부지사는 2월 의료보험 개혁안을 연구하며 조지아주의 패스웨이즈 프로그램을 인용하기도 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