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4 (가면 속의 민낯)
인간은 얼만큼 자신의 삶에 만족할 수 있을까? 본능적으로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인간은 현재보다 더 멋진 자신이 되고자 노력한다. 멋져 보이는 옷을 입고 그에 어울리는 표정을 지으며 자연스레 스스로를 포장하고 가면을 쓴다. 가상의 세계 속에서 사는 리플리씨.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자신의 리플리씨를 만났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영화 ‘The talented Mr. Ripley: 리플리’는 재능 많은 주인공 톰 리플리가 보잘것 없는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고 타인의 것을 탐내면서 끝내는 살인까지 저지르는 슬프고도 소름끼치는 이야기이다. 1999년에 제작 된 이 영화는 맷 데이먼,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 등 화려한 캐스팅에, 반짝이는 그들의 리즈 시절 모습 또한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서 남의 인생을 훔쳐 사는 주인공의 허구적인 영화속 세상과 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다. 영화는 앤소니 밍겔라의 소설 〈The talented Mr. Ripley〉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욕망을 스릴있게 다룬 이 소설은 발표된지 70년이 흘렀지만 알랭 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1960년’를 시작으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아직까지 리메이크 되고 있다.
여러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톰 리플리는(맷 데이먼 분) 자신의 처지와는 다른 삶을 동경한다. 영리하고 재주가 많은 그는 특히 다른 사람의 흉내를 잘 냈다. 우연한 기회에 톰은 자신의 아들 디키(주드 로 분)를 미국으로 데려 와 달라는 선박부자의 부탁을 받게 된다. 디키를 찾으러 이탈리아로 가는 배에서 톰은 상류층 자녀 메르디스에게 자신이 디키라고 말한다. 톰에게 그것은 다른 사람을 흉내 내는 것에 익숙한, 별 의미 없는 행동일 뿐이었다. 하지만 사소한 작은 일이 모든 일의 시작이 되고 끝이 되기도 한다는 걸 미쳐 알지 못했다.
디키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톰이 꿈꾸는 생활이었다. 천부적인 말재주로 마지(디키의 여자친구/가네스 팰트로 분)를 웃기고 재즈 음악으로 디키를 사로잡는 등 거짓말이 늘어날수록 더욱 풍족한 상류층의 생활을 만끽하게 된 톰은 이제 자신도 그들 부류가 된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몸 싸움으로 디키는 목숨을 잃게 된다. 톰은 초라한 처지에 살인까지 한 자신의 실제 모습을 받아 들이지 못한다. 서명위조, 거짓말, 남의 말 흉내내기 등의 재주가 특출했던 그는 디키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때부터 톰은 180도 다른 행보를 펼친다. 재미삼아 벌였던 흉내내기같은 그의 재주는 철저히 범죄화 되어 갔다.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조작과 사기 그리고 또 다른 살인까지 벌이면서 그는 점점 자신의 민낯을 감추고 완벽해 보이는 가면을 쓴다. 그 아슬아슬한 가운데 톰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피터라는 친구를 만난다. 완벽하게 새로운 세계로 가는 마지막 한 발을 올리려는 순간 톰은 메르디스와 마주친다. 자신을 톰으로 알고 있는 피터와 디키로 알고 있는 메르디스 중 톰은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톰은 흐느낀다. 그리고 고뇌에 찬 독백을 한다. 지울 수만 있다면 … 나 자신을 지우고 싶다고…
영화는 피터를 살해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톰은 자신의 민낯을 드러낼 기회를 또다시 놓아 버리고 만다. 그가 어떻게 살인자라는 위기를 교묘히 피해 나갈지, 과연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감독은 보여 주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보이는 건 화려한 가면속에 숨어야 하는 민낯의 울부짖음이다.
살다 보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가면을 쓰는 때가 있다. 하지만 때가 왔을 때 우리는 가면을 벗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 시기를 놓치기 전 리플리씨에게서 벗어 날 수 있는 길은 조금은 떨어져서 자신을 바라보는 숨고르기일 것이다. 눈부신 햇살과 신선한 바람, 그 속에 서 있는 자신을 상상해 보자. 순간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가슴 깊이 느껴지는 신비가 찾아 올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자신에게서 한발짝 물러나 스스로를 바라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