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잘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어?”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마치고 들어와 젖은 옷을 벗어 던지더니 아들 녀석이 물었다. “그러게, 잘 사는 게 참 힘들다. 그치?” 순간 생각이 멈추었다. 그리고 그렇게 묻는 젊은 청년에게 힘이 나는 그럴듯한 말을 해 주고 싶었는데 세상에 휩쓸려 덩달아 살아가고 있는 나는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라 더 이상 입을 떼지 못했다. 둘은 서로 바라보며 그냥 웃었다.
“엄마, 이럴 땐 그냥 잘 먹고 얼른 자야 되.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 그렇게 하는 거야…” 자신이 먹을 저녁을 분주히 만들면서 말한다. “인생은 다 그런 거야. 힘들기는 한데 그래도 전처럼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안돼. 그건 더 싫어. 그냥 계속 하는 거야. 그게 life 야.” 이 녀석 나보다 낫다. 내가 대답할 멋진 말을 찾기도 전에 젊은 청년은 이미 대답을 갖고 있었다.
이제 내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나의 어른, 언제나 무엇이든 물으면 정성껏 대답을 주시는 분께 똑 같이 물었다. “잘 사는 건 왜 이렇게 힘이 드나요? 아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아주 괜찮고 멋진 대답! 저부터 알려 주세요.” 성실한 어른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기본적으로 무엇이든 잘 한다는 것은 평범하거나 일반적이지 않다는 거고, 그러면 뭔가를 더하거나 뭔가 가 더해져야 한다는 거니, 더해져야 하는 그 만큼은 힘이 드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래서 잘살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귀한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가치를 부여하고, ‘좋은 것’, ‘잘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거 아닐까요?”
나는 이런 대답을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 아침에 아이에게 전해줄 어른의 대답, 충분해지는 이 마음을 아들녀석과 함께 하고 싶었다. 아들은 2년 가까이 자신의 몸, 학업, 그리고 일을 위해서 꽤나 규칙적이고 성실하게 관리하고 있는 중이다. 2년 전 까지만 해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마음을 못 잡고는 학업도 그만두더니 우선 몸을 만들어 보겠다고 운동을 시작하였다. 매일의 식단과 운동을 성실하게 지켜 내는 모습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몸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욕구를 조절하게 되더니 학업도 새롭게 시작을 하겠다고 했다. Culinary arts 라고 요리예술이라 설명하면 될까? 아무튼 어려 서부터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더니 배워 보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그러던 중 교수의 소개로 호텔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어려 보이기만 하던 아들은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익히는 중이다.
배우고 때론 부딪혀 깨지면서 자신의 꼴을 만들어 가는 젊은 청년이 앞으로 수없이 물으며 살아가야 할 삶에서 그나마 숨을 고르고 자신의 호흡을 지키며 살수 있는 방법을 인생선배로서 근사하게 들려주고 싶었지만 나 역시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하고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라 그저 아이의 마음에 깊이 공감이 되어 “그래, 정말 힘든 일이야.” 라고 밖에 말을 못했다. 참 못난 어른이 된 거 같아 부끄러웠다. 아들이 나에게 묻는 이유가 정답을 알기 위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단순한 일부터 무게가 느껴지는 고단하고 어려운 일들을 해결하고 일상을 지켜내는 일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양질의 살코기 사이로 적당한 지방을 포함한 이른바 마블링이 잘 되어진 고기가 맛도 좋으니 그렇게 삶에도 각자 필요한 적당한 마블링을 만들면 어떨까?” 했더니 “하하하” 너무 좋은 말이라며 큰소리로 웃고는 “엄마, 좋았어.” 한다.
아들은 가끔씩 혼자 산을 다녀온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시원한 기운이 도는 산 바람을 만끽하며 정상에 올라 크게 숨을 쉬고 팔을 벌리면 그렇게 좋단다. 자신만의 쉼, 웃음, 충전, 그리고 나눔으로 빽빽할 것만 같은 일상에 적당한 숨구멍을 만들며 살아가는 녀석을 웃으며 응원한다. “아들, 우리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