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5: ‘I am Gatsby’
매일 밤 화려한 파티를 여는 베일의 남자, 백만불짜리 미소를 가진 의문의 신사. 뉴욕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파티를 이야기하고 그를 동경했다. 하지만 그의 장례식은 초라했다.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100년이 넘는 기간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 개츠비의 매력은 무엇일까, 저자는 왜 ‘위대한'(Great)이라는 수식을 붙였을까, 일생을 한곳을 바라보며 불태웠던 그의 욕망은 무엇이었을까. 궁금증은 영화를 몇번이고 다시 보게 했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도 했다.
‘I am Gatsby’라는 말과 함께 햇살이 퍼지듯 번져 나오는 개츠비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 눈부신 미소. 그 미소가 향한 곳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안 데이지는 (케리 멜리건 분) 유부녀임에도 그의 매력에 빠져 들고 만다. 그들은 모든 것을 다 내어줄 듯 서로에게 탐닉해 간다. 하지만 정작 위기의 순간 두사람은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그녀를 지키려다 목숨 마저 잃게 된 개츠비와 헌신짝 버리 듯 가벼이 던져버린 데이지의 사랑이 대비되며 화려한 조명이 즐비한 거대한 저택에서 꺼져가는 한 인간의 비극은 절정을 이룬다.
뉴욕의 신흥 부자촌에 자리 잡은 개츠비의 저택에선 화려한 파티가 매주 벌어지고 있었다. 제대로 된 음악과 훌륭한 댄서들까지 고루 갖춘 멋진 파티였다. 하층민이었던 그가 젊은 나이에 저토록 어마어마한 재력을 가진 것을 보면 분명 어둠의 세력과 연결되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수군댔다. 그러나 개츠비의 이런 행동은 첫사랑인 데이지를 만나기 위한 전략이었다. 신분이 미천한 그가 상류층에 속한 데이지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모두에게 오픈된 요란한 파티를 여는 것뿐이었을 것이다.
거대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개츠비가 알고보니 첫사랑을 잊지 못해 애태우는 사랑꾼이었던 것이다. 그는 오직 데이지 하나만을 위해 으리으리한 저택을 사고 최상품 장식에 최고급 음식으로 이름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파티를 즐기도록 했다. 어느 날 문득 데이지가 자신의 저택에 걸어 들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하지만 둘의 만남은 데이지의 사촌 닉(토비 맥과이어 분) 을 통해 이루어진다.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서로에게 빠져들며 열망하던 사랑이 이루어지려던 순간, 운명은 다른 문을 열어 놓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데이지의 변심을 알지 못한 그는 데이지를 부르며 차가운 물속에서 서서히 죽어 갔다.
데이지를 향한 그의 무조건적인 사랑, 사람들은 순수한 사랑의 위대함을 말한다. 하지만 왠지 그렇게 믿으라고 강요당하는 것같은 불편함이 느껴졌다. 개츠비의 행동에서 지고지순한 순수함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데이지에게 집착하는 편집증 환자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재력과 안락함을 쫒는 데이지의 본 모습을 알면서도 그는 데이지에게 집착했다. 혹시 그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줄 어떤 객체를 사랑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류층으로 가는 지름길인 데이지라는 객체, 아름다운 여인과 재력과 상류층의 문화를 향유하는 자신의 완벽한 모습을 상상하며 그는 데이지를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실 그가 사랑한 것은 데이지가 아니라 그녀를 통해 완성될 자신의 욕망인지도 모른다. 데이지에게 열광하면서 완벽한 자신의 성공을 재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는 타인의 시선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타인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것이다.
문득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라고 했던 철학자 라캉의 말이 생각났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원하기에 나도 원하는 것인지 깊이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함없는 사랑으로 한 여자를 위해 목숨을 잃은 그의 일편단심을 위대하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전혀 위대하지 않다고도 한다. 하지만 개츠비와 비슷한 삶을 산 저자가 붙인 위대함이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또 다시 영화를 클릭하고 개츠비를 소환한다. 어쩌면 어떤 삶이든 우리가 사는 인생 자체가 위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