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후보 첫 자녀 공제 6000불로 첫 주택 2만5천불 지원
트럼프 후보 개인소득세율 인하 연장 EV 7500달러 폐지 검토
양당 대통령 후보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하 해리스)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며 유권자들의 선택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재원 마련안이 구체적이지 않아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두 후보의 세금, 부동산, 물가, 환경 등 주요 분야에 대한 공약을 정리했다.
▶세금
두 후보는 모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국가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증세를 공약했다. 다만 증세 분야가 다르다. 해리스는 현행 21%인 법인세를 28%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 관세를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6월 이후 계속 관세율 10%를 주장하다 최근 20%로 올린 바 있다.
감세정책도 눈길을 끈다. 해리스는 첫 자녀에 대한 6000달러의 세액공제는 물론 매년 자녀 한 명당 36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반면 트럼프는 본인의 재임 기간 시행한 세금감면 및 고용법(TCJA)의 주요 조항을 연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TCJA는 개인소득세율 인하, 표준공제 증액, 자녀세금공제(CTC) 확대 상속 및 증여세 면세 한도 상향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양쪽이 모두 동의하는 정책도 있다. 바로 팁에 대한 면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팁에 대한 면세에 더해 사회보장연금에 대해서도 세금을 면제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발 더 나아갔다.
▶부동산
치솟는 집값으로 인해서 거주비용이 올라가는 현 상황에 대한 해결책에도 차이가 있었다. 해리스의 공약은 주택 공급 증대다. 4년간 300만채 이상의 주택을 건설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첫 주택 구매자에게 2만5000달러도 지원한다. 트럼프는 주택 구매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물가
해리스는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잡기 위한 방법으로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를 제시했다. 그는 식품 관련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바가지 가격’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를 단속하고 적발된 기업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최근 말했다.
트럼프가 제시하는 정책은 좀 더 간접적이다. 석유와 천연가스의 증산을 꺼내 들었다.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비용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물가가 내려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환경
친환경 산업에 부과되던 세제 혜택에 대해서도 입장은 판이하다.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여러 친환경 산업에 대한 세금혜택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 19일 전기차 구매 시 받는 7500달러의 세액공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줄곧 기후변화에 대해서 부정적 입장을 밝혀온 만큼 바이든 행정부 때 실시된 청정에너지에 대한 각종 지원책도 폐지되거나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우려
양당 후보의 경제정책 중 많은 부분이 선심성 공약이고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없다. 이들이 제시하는 정책은 대부분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불러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초당적 기구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트럼프의 소셜 연금에 대한 면세는 1조8000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CRFB는 해리스가 제시한 자녀 세금공제와 첫 주택 구매자 세금공제, 처방 약값 낮추기 등의 정책에도 1조9500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했다.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35조 달러를 돌파한 상황에서 공약들이 실현되면 재정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게 확실시된다.
일부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학자들을 인터뷰해 트럼프의 보편관세가 오히려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물가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해리스의 바가지 가격 단속에 대해서도 정부가 강제하는 가격 상한선이 실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소개하며 업체 간 경쟁촉진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제시했다.
LA지사 조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