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인들이 ‘닭공장 영주권’을 위해 일했던 적이 있다. 미국인들이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힘든 일들이지만, 한인들을 비롯한 이민자들은 체류신분과 영주권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사실 한인 이민의 시작 역시 농업 노동이었다. 1902년 하와이로 이민온 첫 미국 이민한인들 역시 파인애플과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기 위함이었다. 120년전이나 지금이나, 미국 현지인들이 하지 않으려 하는 고된 농업 노동은 언제나 이민자들의 몫이었다.
농업 노동은 힘들지만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2021년 조지아주 게인스빌의 닭공장에서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일어났다. 냉동 닭고기를 저장하는 낡은 냉장고에서 화학약품이 새어나와 노동자들을 질식시켰다. 사망자 6명은 모두 라티노 노동자였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부부였는데 6세 자녀를 놓아두고 세상을 떠났다. 현장에서 대피한 130명 노동자들은 체류신분 때문에 제대로 피해 신고도 못했다.
미국내 농업노동자들의 절대다수는 라티노/히스패닉 계이다. 미국내 농업노동자의 70%가 외국 출생이며, 78%가 히스패닉계이다. 농업노동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주는 캘리포니아로, 미국 전체 농업노동자의 3분의 1일이 거주하고 있는 것을 보인다. 이들은 미국인의 식탁에 음식을 올리는데 필수적인 존재다. 이들의 노동이 없다면 우리는 쌀, 야채, 고기를 훨씬 비싼값에 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농업노동자들은 저임금 노동에 따른 멸시, 여기에 선거철을 맞이해 정치적으로 부추겨진 이민자 혐오발언으로 걱정하고 있다. 한 라티노 농업노동자는 “’지금 대규모 추방을 시작하라’는 수백, 수천 명의 시위대 뉴스를 보고 어떻게 동요하지 않을 수 있겠냐.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고, 이 나라에 헌신하고 있다. 우리는 해를 끼치려고 온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캘리포니아 프레즈노 비영리단체 교육 리더십 재단(Education and Leadership Foundation)의 이민 아웃리치 전문가이자 ‘증오 멈춤’ 코디네이터인 구스타보 가스카 고메즈(Gustavo Gasca Gomez)는 “우리가 접촉한 농업노동자 99%가 농업노동자들은 불안을 느끼고 다. 특히 본인이나 미국 시민권자 자녀들이 의료 혜택 등을 이용하면 추방될까 봐 두려워한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주 언론사 Peninsula 360 마누엘 오르티즈 에스카메즈(Manuel Ortiz Escámez) 기자는 “정치 권력은 언제나 물리적, 도덕적으로 혐오스러운 적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이민자들은 항상 일부 정치세력의 이상적인 표적이 되어왔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18세기에 아일랜드 이민 노동자들은 일부 정치인들에게 ‘도둑’이라고 비난당했고, 1882년에는 의회가 ‘중국인 배제법’을 통과시켜 아시아계 노동자들의 이민을 제한했다. 한인들도 이 법의 대상이 된 것은 물론이다. 이 법이 폐지돼 한인들의 이민이 재개된 것은 흑인들이 민권운동을 벌여 인종차별을 폐지한 1970년대였다.
일부 한인들은 “정치권의 반이민 발언은 멕시코 출신 범죄자와 노동자들을 겨냥한 것이며, 한인들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혐오할 대상이 사라지면 다음 대상을 찾는 것이 정치권력의 속성이다. 애틀랜타 총격사건으로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등 8명이 사망한 비극을 겪은지 아직 3년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 정치권의 반이민 발언을 계속 방치한다면, 라티노 농업노동자들에 이은 다음 표적은 한인들이 될지도 모른다.
선거철 이민자 혐오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인들이 먼저 정치권의 반이민 발언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 반이민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표를 주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