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법부가 인터넷 플랫폼에 게재된 유해 콘텐츠로 인해 다른 사용자 등에게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온 빅테크의 면책권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28일 블룸버그,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제3 순회 항소법원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 유행한 ‘기절 챌린지’ 탓에 10세 딸 나일라 앤더슨을 잃은 미국 여성이 틱톡을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틱톡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심을 뒤집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이 여성은 다시 틱톡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일 수 있게 됐다.
앤더슨은 2021년 12월 틱톡에서 유행하던 기절 챌린지를 하다가 사망했고, 이에 그의 모친은 틱톡의 콘텐츠 알고리즘 때문에 딸이 관련 영상을 접하게 됐다면서 틱톡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기절 챌린지는 기절할 때까지 스스로의 목을 조르는 위험한 행위로,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 유행하며 일부 청소년들이 따라 해 사회 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 펜실베이니아 동부 연방법원은 2022년 10월 선고에서 통신품위법 230조를 들어 앤더슨이 틱톡의 알고리즘 때문에 기절 챌린지 영상에 노출됐다 하더라도 틱톡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통신품위법 230조는 인터넷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해 인터넷 사업자의 면책권을 규정한 연방법 조항이다.
법원은 당시 “알고리즘도 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면서 “그런 면책권을 부여한 것은 법원이 아니라 의회”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원고 측은 “위험한 콘텐츠를 어린이들에게 노출한 인터넷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통신품위법이 제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발하며 항소했다.
항소심의 이날 선고에는 미국 대법원이 지난 7월 별개의 사건에서 빅테크의 알고리즘이 무작위적인 것이 아니라, 콘텐츠의 수집과 분류, 배치 등과 관련한 판단이 개입돼 있다고 판결한 내용이 영향을 미쳤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재판부는 “틱톡 역시 (알고리즘 방식으로)특정한 사용자에 추천되는 콘텐츠를 직접 고르고 있는 셈”이라며 앤더슨 사건에서도 틱톡은 자진해 질식에 이르게 하는 방법을 담은 콘텐츠를 아동에게 추천함으로써 통신품위법 230조의 보호를 받는 수동적인 중개인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틱톡에 책임을 묻고자 하는 앤더슨 가족의 소송은 계속 진행될 수 있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콘텐츠 추천 등에 있어 인터넷 사업자들의 알고리즘에 대한 의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판결은 그동안 인터넷 사이트에 오르는 게시물에 대해 폭넓은 면책권을 누려온 빅테크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