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민인구가 급증하고 있고, 최근 남부 국경을 넘은 망명신청자 수도 늘고 있지만 이민당국과 이민법원의 언어접근성은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을 비롯해 영어를 쓰지 않는 이민자가 구금됐거나, 이민법원에 가야 할 일이 생길 경우 언어적 장벽 때문에 부정적인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9일 카도조 로스쿨 이민정의클리닉에서 분석·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구금센터나 이민법원에서 제공되는 언어 서비스 지원을 제때 받은 이들의 비율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각종 서류작성을 위해 구금센터 법률도서관을 찾은 이들 10명 중 7명은 단 한 번도 언어적 도움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구금센터에서 설문에 답변한 이들 중 절반은 언어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 같은 언어를 쓰는 이들에게 주먹구구식으로 도움을 받아 문서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추방재판 위기에 몰린 이들이 본인의 상황을 설명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선 정확한 언어구사가 필요해 도움이 절실하지만 이민당국에서는 전혀 지원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연방법에서는 이민 및 관세집행 기관은 적절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정하는데, 이와 같은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언어접근성은 특히 낮아 구금된 이들이 스스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ICE와 국토안보부(DHS)에서 일부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이 역시 대부분 스페인어와 아랍어에 치우쳐 있다. 조사에 따르면 남미 국가 등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국가 출신들은 구금센터에서 언어서비스 제공 가부에 대해 설명을 들은 비율이 80%를 넘어섰다. 하지만 중국어를 구사하는 경우 이에 관해 설명을 들은 경우는 20%에 불과했다. 한국어 서비스 현황은 집계도 되지 않았다.
언어서비스 수요가 가장 높은 분야는 ▶이민케이스 서류작성 ▶구금에 대한 이의 제기 ▶형사사건 등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ICE, DHS 등에선 산하기관에서 번역 서비스가 부족할 경우 페널티를 주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또 “이민법원은 판결시 언어접근성 여부를 무조건 고려하기를 바란다”고 권고했다.
이민정의클리닉은 전국 200명 이상의 구금자와 이민법 서비스 제공자를 조사했고,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언어접근 문제에 대한 800건의 불만사항을 검토해 이번 보고서를 냈다.
뉴욕지사 김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