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이후 매달 1명꼴 부상자 발생
공사 한창인데 공장 가동시기 앞당겨
…”한인 도급업체 써야 가능한 일정”
지난 1년간 현대차그룹의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메타플랜트(HMGMA) 공사 현장에서 다친 노동자가 22명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달 두 명꼴로 공사장 부상자가 발생한 셈인데, 하루에 4명의 부상자가 동시에 나오기도 했다. 메타플랜트 가동을 앞당기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 일정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본지 8월 20일자 A1면 기사 참조〉
본지가 12일 조지아주 공공기록물 공개 요청법을 통해 주 보건부(DPH)에서 제출받은 2023~2024년 엘라벨 시 메타플랜트 응급의료서비스(EMS) 출동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이달 4일까지 해당 공장 부지에서 외상성 부상으로 응급처치를 받은 노동자는 총 22명이다.〈표 참조〉 지난해 4월 추락 사고로 숨진 빅토르 하비에르 감보아(34)를 비롯한 사망 사건을 포함해 온열질환, 가벼운 접촉사고, 스트레스성 질환 등 별다른 외상을 남기지 않는 경우는 제외된 부상자 통계다.
현대차는 2022년 5월 조지아주 전기차 생산 전용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계획을 발표한 뒤, 같은해 10월 기공식을 열고 작년 1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당초 2025년 상반기(1∼6월) 완공 목표였지만, 지난 2월 일정을 앞당겨 하반기(10월) 조기 가동을 발표했다. 이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세재 혜택을 받기 위한 것. 마이클 스튜어트 현대차 미국법인 대변인은“보조금 수혜 자격을 갖춘 전기차를 더 빨리 판매하기 위해 (생산 시작일을) 앞당기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 발표가 공장 건설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현대 측이 기업 인센티브 계약 준수사항을 평가하는 주정부 산하 커뮤니티국에 제출한 5차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플랜트는 지난 6월말 기준 공장 바닥면을 에폭시 도료로 도장하고, 기계설비 및 전기를 반입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달 한 한인 건설업체 부장은 “현지 미국 건설사의 경우 돈을 더 준다고 해도 완공일을 앞당기지 않는다”며 “한인 도급업체를 써야 가능한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1년간 EMS 현장 치료 후 최종 중증도 기준 중상자 이상에 해당하는 응급·긴급 환자가 최소 8명 발생했다.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할 정도의 생명 위협 수준 부상을 입은 노동자도 3명이다. 인종별로 라틴·히스패닉계 12명, 흑인·아프리카계 3명, 백인 2명, 한인 최소 1명을 포함한 아태계 4명 노동자가 다쳤다. 20대(10명)와 40대(8명)가 가장 많고 30대(2명)과 50대(2명) 부상자도 보고됐다. 지난 5월 22일에는 오후 12시~4시까지 노동자 4명이 연달아 부상을 입기도 했다.
공사 현장에서 ‘빨리빨리’ 속도전을 강요하는 한국식 기업 문화를 미국에서도 고집하는 것이 산재 급증의 주된 요인이다. 텍사스주 잭슨-워커 로펌 소속 신상민 기업이민 전문변호사는 “한국 기업은 현지 사정을 모르는 본사 관리자를 보내 현실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보수적 기업 문화를 고집하면서 한국에서 하던 대로 성급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