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단체 ‘리와이어링 아메리카(Rewiring America)’는 최근 조지아주 소도시 데소토(De Soto)의 75개 가구에 난방장치, 에어컨, 온수기 등의 무료 전기 기기 설치 및 업그레이드를 실시했다. 이 단체의 로즈메리 존스(Rosemery Jones) 프로젝트 매니저는 “우리가 타운홀 미팅을 통해 처음 이 계획을 알렸을 때, 주민들은 우리가 사기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에어컨과 자동차도 없을 정도로 가난한 가정에는 에이컨을, 온수기가 고장나 물을 끓여쓰던 한 미망인은 새 온수기를 받았다.
‘리와이어링 아메리카(Rewiring America)’의 이번 사업은 연방정부 환경보호청(EPA)의 온실가스 감축 자금(GGRF) 사업의 일환이다. GGRF는 전국의 에너지 취약 지역, 다시말해 전기 냉난방 부족 지역에 청정에너지 전자기기를 보급하고 있다. 인구 수백명의 데소토는 인구 대다수가 흑인 저소득층으로 전기와 냉난방이 부족한 이른바 ‘에너지 불안정'(energy insecurity) 지역으로 연방정부의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
많은 한인들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대해 현대, 기아 등 전기차(EV) 업계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법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바이든 행정부가 통과시킨 IRA는 이외에도 여러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에너지 기후변화 대응에 7830억 달러를 책정했는데, 이중 하나가 환경보호청(EPA)의 온실가스 감축 자금(GGRF) 사업이다. 이 사업은 다시 7년 단위 3가지 사업으로 나뉜다.
첫번째는 140억 달러 규모의 국가 청정 투자자금 프로그램이다. ‘에너지 불안정’ 지역인 데소토에 전기기기를 공급한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두번째는 70억 달러 규모의 ‘모두를 위한 태양광’ 프로그램이다. 주택에 주거용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를 공급하고 온실효과를 방지하는 취지다. 지난해 이뤄진 조지아주 한화큐셀 공장의 태양광 패널 납품계약 역시 이 프로그램이 일환이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 원주민 지역개발금융기관(CDFI) 오웨스타 코퍼레이션(Oweesta Corporation)은 1억5000만달러 예산을 지원받아 600여개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2만가구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있다.
세번째는, 60억 달러 규모의 청정 지역사회 투자 가속화 프로그램이다. 정부가 전국 수백개 신용조합에 대출자본 제공하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녹색 자본 연합(Coalition for Green Capital)은 ‘녹색 은행’을 설치해 기존 은행에서 소외된 저소득층에게 청정에너지 설치 자금을 대출해준다.
저소득층에 전기 기기를 무료로 나눠주고, 정부 돈으로 저금리 대출을 해준다니 어떤 점에서 보면 불공평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민 3명 중 1명은 데소토 시민들처럼 ‘에너지 불안정’ 상황에 빠져 있다. 너무나 가난해 전기공급이 부족한 지역에 살거나, 전기값을 감당못해 냉난방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뜻이다. 이들이 전기 대신 다른 방법으로 냉난방을 하려다 화재를 일으키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필자도 몇년전 정부기관 근무 당시 애틀랜타 남부 저소득층 지역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많은 흑인, 히스패닉들이 더운 날씨에도 에어컨없이 살고 있어 놀란 적이 있다.
연방정부의 IRA 등 녹색에너지 정책에 대해 한인사회에서도 많은 논쟁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IRA는 현대 기아의 전기차, SK의 배터리, 한화큐셀의 태양열 패널 등 다양한 에너지 산업을 한인타운으로 끌어오며 한인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한인사회도 정부의 녹색에너지 정책에 대해 자세히 알고 한인경제에 활용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