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90년대 20만명 대부분 서류조작 통해 입양
고아·미혼모·중증질환 등 거짓 이유로 입양 권유
한국에서 태어나 출생 직후 해외에 입양된 아동 20만여 명이 대부분 조작된 입양기록에 의해 부모와 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과 입양을 받아들인 나라의 정부가 홀트아동복지회 등 입양 알선기관과 공조해 허위 기록을 묵인한 정황도 밝혀졌다.
19일 AP 통신이 공영방송 PBS의 시사프로그램 프론트라인과 공동으로 조사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호주, 유럽 6개국 정부는 아동의 출생 기록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980~1990년대 20여만 명의 아동 입양을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실종 아동이 부모가 없는 고아 또는 미혼모 자녀로 둔갑했으며, 병원이 돈을 받고 기관 입양을 돕기 위해 중대 질병을 꾸며내 부모로부터 아이를 떨어뜨린 사례도 드러났다.
당시 한국 정부가 이같은 불법적인 입양 알선을 모른척했다는 책임론도 제기됐다. 비영리 국제기구인 국제사회보장협회(ISSA)는 1996년 한국 정부가 복지 기준과 무관하게 아동 입양 수익이 높으면 기관에 좋은 평가를 내렸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미네소타 대학 도서관에 보관된 협회 문서는 “기관간 아동 입양 실적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 일부는 부모에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심리적 압박을 가해 아이를 데려온다”고 적었다.
입양 대행 기관은 입양을 원하는 가정에 1명당 최대 4000~6000달러의 비용을 청구하는 식으로 수익을 올렸다. 높은 수익 구조로 인해 병원 또는 산부인과에 돈을 주고 입양아를 구한 경우도 많았다. 1988년 입양 알선기관은 병원에서 데려온 4500명의 아동을 해외로 보냈는데, 이는 전체 입양아의 60%에 달하는 숫자다.
1986년 미국으로 입양된 로버트 칼라브레타(34 ·한국명 이한일)씨 역시 폐와 심장에 심각한 질환이 있다는 진단 이후 병원이 부모에게 적극 입양을 권유한 사례다.
대부분의 아동 출생 서류가 입양을 간편하게 진행하기 위해 허위로 꾸며진 경우가 많아 이들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친부모를 만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입양아 로빈 조이 박은 1982년 출생 서류를 바탕으로 2007년 부모와 재회했지만 5년 뒤 DNA 검사에서 친모가 아님이 밝혀졌다.
조지아한인입양인협회(KAAG)의 아만다 아살론 조 씨 역시 지난 7월 인터뷰에서 “내리 여섯째 딸이라는 이유로 남아를 원했던 조부모에 의해 입양 알선 기관 서류에 고아라고 적혀 여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말한 바 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