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고 시원한 황태 미역국, 그게 교회의 점심식사였다. 노란 황태 조각들과 미역조각들이 넉넉하고 흰쌀알이 보이는 황태 미역국은 오래간 만에 먹는 반가운 점심식사였다. 내가 앉은 원탁 테이블에는 은퇴한 남자 노인들 5명이 둘러 앉아 점심을 먹었다. 황태 미역국은 큰 스티로폼 컵에 들어있는데, 어쩌다 보니 사람수 보다 더 사와서 두 그릇이 남았다.
점심을 먹으며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주에 지나간 허리케인 헐린 이야기도 나오고, 이북에도 홍수가 나서 많은 농작물이 망가진 이야기도 나왔다. 남한에서는 쌀이 남아 돌아가서 보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 가축을 기르는 대신 공장에서 만든 살코기 이야기도 나왔다. 5명이 저마다 관심이 달라 다른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몰랐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귀를 기우려 듣다 보면 나의 우물 안 개구리의 안목이 넓어진다.
“우리 중에 음식을 더 먹을 사람 있어요?” 남아서 식어가는 두 그릇의 황태 미역국을 보며 내가 물어보았다. 모두들 고개를 흔든다. “닥터 A? 집에 계시는 편찮은 부인이 황태 미역국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옆 사람이 말 했다. 닥터 A 부인은 암 수술을 받고 집에만 칩거하고 희복 중이며 이제 키모세라피 한번만 받으면 끝이라고 알려졌다. “아내가 좋아할 것 같아요.”
“잘됐네요. 남은 음식 가져 가세요.” “뚜껑이 없어서, 이걸 어떻게 가져 가죠? 그냥 손에 들고 집까지 걸어 갈 수도 없고?” 우리 모두는 뚜껑이 없는 두개의 스티로폼 컵을 어떻게 국물이 새지 않게 처리하여 차에다 싣고 갈까 궁리했다. 나도 생각해 보았으나 뾰족한 아이디어가 없었다. 의사, 엔지니어, 교수 등 전문 직업에서 은퇴한 5명의 노인들이 골똘히 생각하다 누구도 뾰족한 아이디어가 없어 포기하고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5명중에 의사 출신 한 분이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펄럭이는 랩비닐조각과 잠금이 있는 플라스틱 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는 스티로폼 컵을 랩비닐조각으로 위에서 덮고 옆과 밑에서 붙였다. 랩비닐이 스티로폼 컵에 달라붙어서 아주 완벽한 뚜껑 노릇을 했다. 그렇게 두 그릇을 싸서 지퍼가 있는 비닐 주머니에 넣었다.
“자, 이걸 차에 구석에 쓰러지지 않게 놓고 가져가면 돼요!” 그렇게 말하며 완벽하게 포장된 국그릇을 아픈 부인이 있는 분에게 건넸다. “와! 완전하네요. 아내가 좋아하겠네요. 아내는 늘 닥터 C를 좋아했어요. 늘 웃고 긍정적인 점을 나도 본받으라고 했어요. 고맙습니다, 닥터 C.” 우리 모두는 닥터 C 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며 그의 임기 응변 문제 해결에 경탄했다.
“야 생활의 달인 멕가이버가 탄생했네!” “어떻게 랩 비닐로 덮어 씌우면 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부엌에 가서 일하는 사람에게 물었어요. 처음 사람은 뚜껑은 원래 없고, 다른 방법도 없어요 하는 거야. 두번째 사람을 만나 친절하고 공손하게 말하니, 랩 비닐과 플라스틱 봉투를 주는 거야. ” “결국 멕가이버도 도움을 받을 사람에게 말을 잘해야 된다는 이야기네!”
“생활의 달인이 우리와 다른 점은, 우린 모두 여기 앉아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생각하다가 포기했는데, 생활의 달인은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외부의 도움을 찾아 나선 점이 달라. 탁상공론만 하지 않고, 문제해결을 외부에서도 찾아보려는 행동하는 모습, 그게 달인과 달인 아닌 사람과 다른 모습이야.”
“아니, 이 작은 일을 가지고 뭐 멕가이버니 생활의 달인이니 과장이 심하네!” 닥터 C가 손사래를 치며 말 했다. “그렇네. 우린 모두 이자리에 앉아서 골똘히 어떻게 국물이 쏟아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하다가 포기했지만, 닥터 C는 부엌으로 가서 도움을 청했으나 거절당했고, 용기를 내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서 드디어 문제를 풀었잖아요.”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찌어다. 그러니 닥터 C는 많은 좋은 일을 하고 은퇴후에도 도움이되는 이웃이지!” “그래, 탁상 공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통한 외부 도움과 실행, 이게 중요한 거 같아.” “생활의 달인은 뭐가 달라도 달라!”
“황태 미역국이 너무 불어 터지기 전에 부인에게 가져다 드리면 좋겠네요. 먼저 가시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 주 후 우리가 다시 점심 식탁에서 만났을 때, 닥터 A가 사진을 보여 주었다. 편찮은 부인이 즐겨 황태 미역국을 먹는 사진이었다. 자신이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진 못했어도, 멕가이버 덕에 남편 노릇 잘 한 것 같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