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한 표정으로 유족 껴안으며 “왜 이런 일이” 위로
아파트 돌아다니며 “제보 해달라” 안내문 붙이기도
애틀랜타 벅헤드 노인아파트에서 김준기(90) 씨를 칼로 50여차례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가 태연하게 슬퍼하는 유가족을 껴안고 위로하는 모습을 연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5일 오전 김준기씨는 벅헤드의 메리언 로드 하이라이즈 아파트에 있는 자신의 집 부엌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가 사망한 지 17일만인 지난 10일 애틀랜타 경찰은 이 아파트의 여성 경비원 자넷 데니스 윌리엄스(65)를 살인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영장에 따르면 사망 하루 전날인 9월 24일 정오에 김씨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CCTV 카메라에 찍혔다. 이날 오후 3시 15분쯤 윌리엄스는 짙은 색의 경비원 유니폼, 카고 스타일 바지, 크록스(신발), 마스크, 안경 등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ID 카드를 걸 수 있는 랜야드(끈), 빨간색 엑스피니티(Xfinity) 식료품 가방도 들고 있는 것이 포착됐다. 그는 건물 남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김씨가 사는 5층으로 올라갔다.
윌리엄스는 6분 후 안경이나 마스크 없이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이때 그녀의 바지는 찢어지고 붉은 얼룩으로 젖어 다친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왼손등을 살펴보고 바지를 내려다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처럼 보였다고 영장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영장은 이어 “그녀가 들고 있던 빨간색 엑스피니티 가방은 무언가를 넣은 것처럼 가득 찬 것 같았고, 눈에 띄게 다리를 절뚝거리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는 로비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고 경비실로 돌아갔다. 이어 5층을 두 번 더 다녀왔고, 더는 가방을 들고 있지 않았다.
윌리엄스는 경찰이 수집한 증거에 대해 문의하고 질문도 하면서 수사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경찰은 10월 3일이 돼서야 윌리엄스가 사는 디캡 카운티 자택 수색 영장을 집행해 경비원 유니폼, 크록스, 엑스피니티 가방 등을 증거로 압수했다. 바지는 꿰매어져 있었다. 바지가 왜 찢어졌냐는 질문에 윌리엄스는 “주말에 수선했지만, 왜 찢어졌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오른쪽 허벅지에 크게 난 상처는 차고 문을 열 때 다쳤다고 답했다.
윌리엄스의 가증스러운 모습은 주민들에게도 여러차례 목격됐다. 아파트 5층에 살고 있는 이웃 모니카 존슨 씨는 애틀랜타 저널(AJC)에 “사건 이후 아파트 매니저로부터 알림 편지를 받았다. 주민들에게 정보가 더 있으면 경찰에 연락해달라는 내용이었다”며 윌리엄스가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문마다 편지를 붙인 것에 대해 이웃 존슨씨는 “정말 역겹다”고 매체에 전했다.
또 유가족이 아파트 집안에서 울고 있을 때 윌리엄스가 다가가 그들을 껴안으며 “당신 아버지는 정말 훌륭한 사람이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이웃 존슨 씨는 AJC에 “이웃 모두 김 씨를 알고 있었다”며 그가 키우는 작은 치와와 ‘코코,’ 그가 나눠준 커피맛 사탕 등을 회상했다. 고 김준기씨는 1980년대 애틀랜타로 이주해 일하던 중 동료를 돕다가 장애를 입고 후에 신발 수선집을 열었다. 아파트에서 분실된 김씨의 소지품은 신분증과 신용카드가 들어있는 갈색 지갑과 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모자가 유일하다.
윌리엄스는 14일 법원에 “적은 돈(nominal amount)만 낼 수 있다”며 보석을 요청한 상태다. 그는 내달 4일 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