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투기로 인한 화재 책임 1100만불
‘영상증거 무단 파기’ 징벌적 배상 2000만불
전기자동차용 폐배터리 불법 투기 관련 소송에 휘말린 SK배터리아메리카(SKBA)가 310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합의금 지불에 합의했다. 손해배상액 1100만 달러에 200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이 더해진 액수다.
잭슨카운티 법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지난 1일 등록된 소송 결과에 따르면, SKBA와 지역 재활용업체 ‘메트로 사이트’는 지난달 26일 합의금 지급과 소송 종결에 합의했다.
16일 원고측 변호를 맡은 거스 맥도널드 변호사는 화재로 인한 보험료 인상분과 영업손실액 각 700만 달러에 변호 비용 등을 합쳐 배상액으로 청구했다고 본지에 전했다.
그는 “지난달 법원 2차 심리에 앞서 SK배터리측이 주요 영상 증거를 무단 파기한 것이 거액 합의를 가능케한 결정적 원인이 됐다”며 “SK는 2021년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지적재산권 관련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도 증거인멸 혐의로 10억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SKBA 공장 내부 CCTV 영상 등 증거자료 은폐를 과실로 인정했다.
SKBA는 리튬 폐배터리를 따로 분리하지 않아 이를 수거한 메트로 사이트의 뱅크 카운티 재활용센터에 지난해 7월 화재를 낸 혐의를 받는다. 메트로 사이트 측은 SKBA에 폐배터리 불법 투기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했다. 처음 요구한 재산 피해 배상액은 2650만 달러다.
지난 2022년 SKBA의 폐배터리 오배출에 대해 직원 교육 등 안전 규정 시정을 요구한 메트로 사이트사의 메일과 SKBA 직원의 답변.
맥도널드 앤드 코디 로펌 제공
법원에 제출된 증거자료를 살펴보면, 메트로 사이트 측은 공장 내 배터리 제조와 물류 공정에 대한 SKBA 전현직 직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회사 측이 2022~2023년 2397개의 폐배터리를 일반 산업 폐기물로 배출했다고 주장했다. 연방 환경청의 자원 보존 및 회수법(RCRA)에 따르면 유해물질 제조사는 생산부터 최종 처분까지 안전 책임이 있다.
원고 증인으로 출석한 로버트 브레너 소비자제품 안전전문가는 “배터리 설계 사양과 내구성에 따른 위험 요인을 확인할 순 없지만, SKBA의 유해폐기물 취급, 관리, 통제 전반의 회사방침과 직원 교육에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특히 지난해 설비 최대용량을 초과해 생산량을 늘린 점이 폐기물 보관과 처리 과정에 문제를 일으켰을 것으로 봤다.
SKBA는 합의금 협의와 별도로 의도적 안전 위반 행위는 부인하고 있다. 회사 측은 성명을 내고 “배터리 운송과 폐기 관련 엄격한 내부 절차를 갖추고 있으며 작년 재활용업체 화재 이후 폐기물 처리를 위한 추가 감독을 시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직원들은 “폐배터리 폐기 업무를 전담하는 책임자가 없었고, 이를 내부에서 분실했다거나 외부로 잘못 반출했다는 보고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폐배터리 화재 관련 소송은 아직 남아있다. 지방정부인 뱅크스 카운티 역시 같은 법률팀의 대리를 받아 SKBA에 지역 소방서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스티브 니콜스 카운티 소방서장은 2020년 SKBA 생산가동시기부터 최소 4건의 배터리 화재가 발생했으며, 그 결과 4일간 300만 갤런의 소방수를 써야했다고 밝힌 바 있다.
SK온의 미국 법인인 SKBA는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카머스 시에 1공장과 2공장을 두고 있다. SKBA는 그동안 전기차 판매 부진에 따른 배터리 수요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끝에 최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