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를 직접 살고 있는 두 사람의 스토리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타이틀은 ‘Beyond a War’이다. 이 다큐 시사회가 9월말에 몽고메리에서 있었다.
다운타운에 있는 트로이대학의 데이비스 극장은 젊은 대학생들의 활기로 넘쳤다. 요란하게 울려 퍼지던 비틀즈의 ‘Hey Jude’ 노래를 들으니 마치 반세기 전의 분위기로 돌아간 착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착각이 실제가 됐다. 앞자리에 몰려 있는 희끗희끗 흰머리의 퇴역군인들 사이에 자리를 찾아 앉아 주위에 앉은 낯익은 지인들과 인사했다. 생존하고 있는 가장 나이가 많은 참전용사를 소개받았을 적에 세월의 흐름이 내 의식에 따가웠다.
전쟁을 치룬, 특히 월남전 참전용사들에게 이 다큐는 특별하다. 남편도 월남전에 참전했지만 한번도 그가 본 것을 말하지 않았다. 미군 5만8천명 이상이 사망한 참혹했던 전쟁은 침묵으로 머문다. 퇴역 공군소장 Walter Givhan이 사회를 맡아서 진행한 행사는 옛 군대시절을 상기시켰다. 오늘 살아있음에 감사한 사람들 사이에 앉아 함께 공유한 군복을 입었던 추억이 우리를 하나로 뭉쳐줘서 끈끈한 동지애를 느꼈다.
현재 1천800만 퇴역군인들 중 600만명이 월남전 참전용사다. Jack Hawkins, Jr. 소위도 해병대 훈련을 마치자 바로 1968년 4월에 월남의 다낭에 도착해서 전투에 투입됐다. 그때 한 젊은 혁명전사, 6살에 부모를 잃고 힘들게 성장하다 15살부터 베트콩으로 다낭에서 미군에 게릴라전을 펼친 르콩코는 여러번 다치고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살아남았다.
호킨스 소위는 월남에서 돌아와 GI Bill로 공부를 계속해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육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1989년에 트로이대학 총장이 되면서 트로이대학을 세계화 시키는데 헌신했다. 베트콩 출신 르콩코 역시 교육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전후에 제과점과 어시장 등에서 일하며 온갖 어려움을 견디고 공부해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사이공대학을 다닐 적부터 국가의 문화가 그 나라의 영혼임을 인식한 그는 대학을 설립할 꿈을 꿨다.
호킨스 총장은 전세계 어디든 미군이 주둔하는 곳에 트로이대학 강의실을 마련해서 군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여러 나라의 대학들과 긴밀한 교류를 성취시켰다. 르콩코 박사는 집을 팔고 융자를 받았지만 대학설립의 인가를 받기가 힘든 시절, 다낭에서 하노이에 있는 교육청을 37번이나 방문한 후에 허가를 받고 1994년 11월 11일에 정식으로 사립종합대학, 두이탄대학을 설립했다. 같은 해 3월, 빌 클린턴대통령이 베트남과 국교를 정상화 시켰다.
호킨스 총장은 2002년 다낭을 방문했다. 처음에는 무기를 들고 전쟁터인 베트남을 갔지만 두번째는 책을 들고 가서 르콩코 총장과 대면했다. 그때부터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됐다. 예전에 서로 총을 겨눴던 두 사람은 손을 굳게 잡고 젊은 꿈나무들을 교육시키며 두 나라의 평화로운 미래를 꿈꿨다. 두 선구자, 호킨스 총장과 르콩코 총장은 50년 전에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던 화해를 이루어 냈다.
두 거인의 실화를 기록한 다큐는 2년 전, 두이탄대학에서 제안했다. 전쟁은 언젠가는 끝나지만 사랑은 견디며 영원함을 인식시키는 다큐는 올해 베트남의 명성 높은 상을 2개나 받았다. 이 다큐에서 우리가 ‘월남전’이라 부르는 것을 베트남에서는 ‘아메리칸 전쟁’이라 불렀다. 호킨스 총장이 전쟁은 군인들만 아니라 가족들, 전사자가 비운 공백에, 생존자가 겪는 후유증, 그리고 생존을 모르는 실종자 등 사회에 엄청난 인적피해를 끼친다 했을 적에 현재 일어나는 여러 전쟁들에 가슴이 섬뜩했다.
초청 연사인 US Medal of Honor 수여자 Gary Michael Rose 노병이 그의 월남전 체험이 본인과 가족, 그리고 주변에 끼친 영향을 나누자 내 속의 불안이 아픔으로 바뀌었다. 마지막에 사회자가 퇴역군인은 일어서라 하고 그들의 봉사에 감사하는 동안 대학생들이 다니며 ‘Troy for Troops’ 적힌 팻말을 든 독수리가 새겨진 ‘Challenge Coin’을 줬다. 코인을 자세히 보는데 옆에서 지팡이에 의지하며 선 노병이 “당신도 퇴역군인?” 물어서 “예스” 답하고 놀란 그에게 환하게 웃어줬다. 무대에서 대학생들이 리 그린우드의 ‘God Bless the USA’ 힘차게 부르는 것을 듣고 극장을 나서며 베테란스 데이에 앨라배마 공영 TV로 방영될 이 다큐가 푸른 하늘처럼 모두에게 희망을 주길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