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언어 환경 속 한인 문단 유지
…타국살이 심상을 문학으로 승화”
해외 한국문단은 조정래, 황석영, 이문열이 아닌 한강, 이민진, 김주혜가 이끈다. 첫 한국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로스앤젤레스(LA)와 애틀랜타 미주한인문학회를 방문한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25일 “5·18과 일제강점기라는 비극을 다루더라도 사건에 매몰되지 않고 역사 외곽에서 상처입은 자들을 위한 글을 쓰는 여성작가들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2세 김주혜와 이민진은 각각 일제강점기 배경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 ‘파친코’로 러시아 최고 권위의 톨스토이문학상, 전미도서상 후보 선정 영예를 얻었다.
한국인이 한국에서 집필해야 ‘한국문학’이라는 속지주의적 인식이 옅어진 지금, 세계적 문단 속 ‘반쯤 한국인’의 활약은 특별하다. 유 평론가는 “이민 2세대인 이창래 작가가 소설을 통해 부모세대 성공의 비도덕성을 폭로했듯 한국어가 아니더라도 원숙한 영어로 모국에 대한 색다른 증언을 내놓는 작가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사를 찾은 유성호 평론가와 강화식 시인이 이종호 본사 대표와 기념 촬영을 했다.
유 평론가는 “조선족, 자이니치 등 재외동포는 세계 각국에 퍼져있지만 이민자가 이중언어 환경에서 문단을 크게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라고 역설했다. 이민 후 모국어는 주로 제한된 집단에서만 사용된다. 결국 작문시 사용할 수 있는 어휘수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언어적 어려움 속에서 써내는 이민자 문학은 고향에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가지 못하는, 고국을 향한 원심력과 구심력의 싸움을 드러내는 유일무이한 이야기가 된다. 한국에 비해 종교 인구가 배로 많은 점도 타국살이의 심상을 크리스천 문학으로 승화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그에 따르면, 미주 한국문학은 크게 1~3기로 나뉜다. 미주한국문인협회 창립자였던 고 송상옥씨와 같이 한국 등단 후 1960~1970년대 미국으로 건너와 문학생활을 이어온 이들이 1기 문인이다. 이들이 세운 단체를 바탕으로 현재 왕성히 활동 중인 50~60대 은퇴집단이 2기다. 이들은 경제적 성공과 자녀 독립 이후, 자아실현과 모국어에 대한 열망을 바탕으로 문학활동에 전념한다. 자연스럽게 이들이 나이가 들고, 가족단위 이민이 적어지면서 문인인구가 줄어들면 3기 후학이 나타난다.
유 평론가는 2005년 LA 한인문학회 첫 초청 강연을 계기로 미주문단과 20여년 이상 인연을 맺고 있다. 2017년엔 나태주 시인과 해외한인 문학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풀꽃문학상을 제정했다. 아틀란타 연합장로교회 산하 문예창작반 ‘글여울’을 이끄는 강화식 시인은 “문학상 기회는 한인 문학가들의 자부심이 된다”며 “애틀랜타에서도 지난 7년간 13분이 등단했다”고 전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인문학계에 들뜬 분위기가 이어진 덕에 글여울 올해 연례 신인문학상 응모엔 86편의 작품이 제출됐다.
25일 아틀란타 연합장로교회 산하 글여울 문학회가 유상호 평론가 초청 하에 한국 노벨문학상 수상 축하기념식을 열었다.
취재, 사진 /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