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관심을 모은 미국 대통령선거가 지난 11월 5일 끝났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상대로 일찌감치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의 수많은 정책이 내년부터 뒤집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정책 변화는 대체에너지와 기후변화, 환경정책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가 발생한다며, 전기차와 태양열 에너지를 지원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야심차게 추진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를 ‘신종 녹색 사기’로 규정하며, 당선 후 이를 폐기하고 예산을 모두 환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유권자들조차 올해 선거에서 기후변화와 대체 에너지 문제를 뒷전으로 밀어놓았다. 지난 10월 9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기후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유권자는 21%에 불과했다. 과반수인 52%는 경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꼽았고, 민주주의, 테러리즘과 국가안보, 대법관 임명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은 이러한 무관심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들버리 대학 교수이며 ‘서드 액트’의 창립자인 빌 맥키븐은 “향후 몇 년 동안 극지방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라며 “2024년 미국 대선 결과가 향후 100만 년 동안 지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키븐 교수의 말이 과장처럼 들린다면, 최근 일어난 자연재해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노스캐롤라이나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헬렌은 227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재산 및 농업 피해액은 9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 지역에 전기가 복구되는데 19일이 걸렸고, 200년 된 나무들이 있는 원시림이 황폐화됐다. 애쉬빌의 주요 관광명소인 노스캐롤라이나 수목원은 2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잃었다.
조지아를 비롯한 미국 남부 지역도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루이지애나주의 경우 ‘암 골목’(cancer alley)가 악명높다. ‘암 골목’은 뉴올리언스와 배턴루지 사이 미시시피강 연안을 따라 약 137km에 걸쳐 있는 지역을 일컫는다. 이 지역 주민들은 200여 개의 화석연료 및 석유화학 시설과 인접해 살고 있으며, 암, 천식, 산모 사망률, 그리고 다양한 호흡기 질환의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고 타임지가 선정한 ‘2023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인 샤론 라빈(Lavigne)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환경문제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는 평범한 일반 노동자들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LA 차이나타운에 기반을 둔 동남아시아 커뮤니티 연합(Southeast Asian Community Alliance)의 시시 트린(Sissy Trinh) 사무총장은 “월세를 내려고 최저임금 미만을 받으며 공장, 식당에서 일하고 끼니를 거르는 사람들에게 기후변화는 사치”라며 “평범한 사람들 앞에 놓인 실제적 위협부터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해 대선에 IRA를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 해리스 부통령이 패배한 것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가 평범한 유권자들에게 잘 와닿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트럼프 2기’시대를 맞아 환경 및 기후변화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지 관심을 끈다. 특히 한인들의 경우 IRA로 유치된 현대 전기차공장, 한화 태양열전지 공장 등에 주어질 혜택이 계속될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해 중단될지 관심일 끈다. 새롭게 바뀐 환경 및 기후변화 문제가 한인들의 경제와 커뮤니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