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새로운 정부가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해 올바른 정책을 내놓고 실행하길 바랄 뿐이다.
여기서 올해 대선에서 나타난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표심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치 참여가 확대되면서, 조지아를 비롯한 경합중서 한인들의 표심 향방도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인들만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는 없지만, 최근 아시안정의진흥협회’(AAJC)와 퓨 리서치센터가 주최한 아시아계 유권자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계(AANHPI) 유권자 8명 중 1명이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으며, 특히 18~29세 연령대에서는 28%가 첫 투표를 했다.
정당 지지도 면에서는 AANHPI 유권자의 61%가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조사 때의 68%에서 다소 하락한 수치다. 아시아계의 민주당 지지도가 7% 떨어졌다는 사실은, 이제 ‘아시아계는 무조건 친민주당’이라는 통념을 깨는 조짐으로 보인다. 민주, 공화 양당 모두 한인 등 아시아계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결과 AANHPI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경제(86%), 인플레이션(85%), 의료(85%)였으며, 기후변화, 민주주의 수호, 투표권, 총기 규제 등은 뒷전으로 밀렸다. 한마디로 인플레와 물가, 주택마련 등 경제 문제가 다른 문제를 압도했다는 뜻이다.
물론 아시아계 유권자들은 이민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AAPI) 커뮤니티는 모든 인종 및 민족 그룹 중 이민자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약 3분의 2와 태평양 섬 주민의 6분의 1이 미국 외 지역에서 태어났다. AAJC의 존 C. 양 대표는 “AANHPI 커뮤니티의 86%가 가족 이민 제도를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서는 미국 유권자 전반의 정서와도 일치해 보인다. CNN 전국 출구조사에서 이민은 유권자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이슈4위(11%)를 차지했다.
문제는 선거 과정에서 정치인들이 퍼뜨린 반이민정서다. 특정 이민자들에 대한 비난, 대량추방 등의 극단적 언사가 난무했다. 그러나 아메리카스 보이스(America’s Voice)의 바네사 카르데나스(Vanessa Cardenas) 사무총장은 “유권자들은 여전히 대량 추방보다는 합법화와 합법 이민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CNN 에디슨 전국 출구조사에 따르면 56%가 합법화를, 29%가 대량 추방을 지지했다. 카르데나스 사무총장은 “미국의 미래 번영과 인구 변화를 위해서는 이민이 필요하다”며 “이민은 항상 미국 이야기의 일부였다”고 강조했다.
한인사회에 있어 괄목할만한 사실은, 한인 정치인의 워싱턴DC 대거 진출이다. 앤디김 하원의원이 한인사상 최초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된데 이어, 캘리포니아에서는 데이브 민 후보가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영김 하원의원은 3선, 메릴린 스트릭랜드 하원의원은 재선에 성공했다.
대통령선거 당선 여부에 상관없이, 이번 선거는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의 미국 정치 참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새롭게 당선된 한인과 아시아계 의원들이 경제를 살리고 반이민 정서를 물리치며,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할수 있도록 한인들이 지속적으로 선거에 참여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