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화장해서 수목장이나, 바다에 뼈 가루를 뿌려달라고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 한 적이 있었다. 친구 따님 장례식에 갔을 때, 마음이 변했다. 많은 친구들이 사 놓은 묘지에 우리 묘지도 사서 죽어서도 우리 친구로 이웃이 되자고 했다. 우리가 죽은 먼 훗날이라도 혹시 후손들 중에 우리에게 관심이 있으면 작은 무덤이라도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 세미나에 참석했던 분이 우리 부부가 사 놓았다는 장지 값을 묻더니 싸다며 주소를 알아서 며칠 후에 그들도 우리가 사 놓은 곳에 장지를 샀다.
교회에서 장례 세미나가 있으니 참석하실 분은 등록하라는 광고를 보았다. 도대체 장례비용은 얼마가 들까? 우리 부부 중 한 사람이 먼저 죽는 다면 어떤 절차를 밟으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그런 궁금증을 알아보기 위해서 우리 부부도 참가했다. 11시에 크로웰 브라더스 장례식장(Crowell Brothers Funeral Home)에 갔다. 세미나에 참석하는 가정은 딱 둘 뿐이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한국 사람 직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편한 자리로 안내하고 세미나를 시작했다.
평균 한 사람 장례비용이 얼마냐 고 물어보았다. 1만4500달러라고 한다. 그러나 그 비용은 평균이고 선택에 따라 비용이 다르며, 장례비용을 장례식장에서 제공하는 보험을 들면 1년에서 몇 년 동안 매달 얼마씩 내어 장례비용을 자녀들 걱정 안 끼치고 준비해 놓을 수 있다고 계약을 하실 분을 환영한다고 했다.
장례비용의 변수는 다음 과 같이 다양하다고 한다. 장지를 사서 거기에 매장하느냐 화장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화장을 해도 장지에 묻느냐 아니면 납골당에 보관하는가에 따라 값이 다르다고 한다. 추모예배를 보면 7000달러가 들고, 추모예배 장소를 쓰지 않으면 3000달러가 든다고 한다. 관의 선택도 다양해서 가장 간편한 관은 2000달러이고, 장식이 좋은 고급관은 1만달러 짜리도 있다고 한다. 목사님 사례비, 꽃다발에는 작은 돈이 든다고 한다.
장지 땅이 8000달러, 묘비가 4000달러, 땅 속 시멘트 상자가 1500달러, 장례식 시작과 끝 의식비용이 1000달러 정도가 든다고 했다. 그 외에 시신 운반 비, 시신 의상과 화장 비용, 그리고 외국으로 운송할 경우도 비용이 다르다고 한다. 관심있는 분은 매장할 것인가, 화장할 것인가, 화장을 해서도 묘지에 매장할 것인가, 납골당에 보관할 것인가를 정해서 비용을 대충 산출할 수 있다고 한다.
비용에 대한 세미나가 끝나고, 옆 방에 진열된 시신을 담는 관을 보니 너무나 다양하다. 2000달러 하는 제일 싼 관에서 1만달러 하는 관, 장식도 장식이지만, 영원히 썩지 않는 스테인리스 관은 번쩍 번쩍 빛났다. 안내원이 운전하는 카트를 타고, 장지를 둘러보았다. 언덕을 넘어 넓게 펼쳐진 잘 정돈된 잔디밭에 가로 세로 줄을 맞추어 꽃들이 진열되었다. 조화는 하나씩 네모 반듯한 비석 머리에 있다. 비석은 선 것이 아니라 땅에 이름표처럼 누워있다. 그 넓은 땅이 장지다.
두번째 도착한 곳은 높고 넓게 선 돌 벽 앞이다. 평평한 대리석벽이 세로 가로 금이 그어져 작은 네모꼴로 나뉘었다. 그 네모꼴 가운데 주석 이름표가 박혀졌고, 주석 이름표 안에 죽은 사람의 기록이 있다. 주석 이름표 오른 쪽 위 부분에 꽃이 꽂혀 있기도 하다.
세번째 납골당은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개인 납골당 혹은 봉안당들 속에서 밝은 빛들이 빛나고 그런 보안당들이 가로로 세로로 정렬되어 벽을 채웠다. 봉안당 속에는 뼈 가루가 담긴 도자기, 돌아가신 분의 인적 사항, 돌아가신 분의 보석이나 귀중한 소유물, 가족들이 남긴 글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어떤 봉안당은 돌아가신 분의 보석들을 전시해 화려하다. 뼈 가루가 담긴 도자기 모양도 다양하고, 문양이 화려한 것도 있고, 어떤 것은 반짝이는 금속으로 된 것도 있고, 어떤 도자기에는 돌아가신 분의 진주 목걸이가 감겨 있다.
부부가 같은 봉안실에 봉안된 것도 있고 혼자인 경우도 있고, 작은 장난감이 많이 전시된 봉안실에는 “하늘에서 하고 싶은 것 다 하기” 란 글씨가 새겨졌다. “여보, 아빠, 할아버지, 하늘 나라에서 편히 쉬시고 후에 다시 만나요.” 그런 글씨도 새겨진 봉안함도 있다.
“봉안당이 마음에 드네요. 우리 죽은 다음에 애들이 와 봐도 봉안당에 오면 눈에 보이는 사진이나 물건, 말들이 좋은 추억으로 인도할 것 같아 좋을 것 같아요.” “그래요. 우선 분위기가 봉안 당이 밝아 좋아 뵈어요.” 그런 말들이 우리 일행 중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