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형사 아버지가 못 푼 미제사건을 아들 형사가 43년 만에 해결해 화제다. 1981년 발생한 사건을 맡았던 형사가 은퇴한 후 그의 아들이 재수사에 나섰고 마침내 지난달 유력 용의자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19일 뉴욕타임스(NYT)와 폭스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그레고리 서슨(64)은 1981년 존 블레이록(당시 51세)을 인디애나주의 한 아파트에서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철강 노동자였던 블레이록이 며칠째 결근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동료들이 집을 찾아갔다가 시신을 발견했다.
존 모워리 시니어 형사(왼쪽)는 25년간 일하다가 지난 1994년 은퇴했지만, 두고두고 미제 사건이 마음에 걸렸다. 아들인 존 모워리 주니어(오른쪽)는 형사가 돼 아버지가 풀고 싶었던 43년만에 미제사건을 해결했다. 그리피스 경찰서 홈페이지
피해자는 둔기로 머리를 맞아 두개골 골절로 숨졌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현장은 피해자의 머리카락이 묻어 있는 도자기 파편과 혈흔으로 처참했다고 한다.
당시 경찰은 근처 술집 단골이던 블레이록이 사망하기 전, 낯선 젊은 남성과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을 얻었다. 형사들은 이 남성이 “20~23세, 키 5피트 8인치(약 172㎝), 부스스한 금발 머리”라는 목격자 증언을 바탕으로 수사했지만 끝내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사건을 담당했던 존 모워리 시니어 형사는 25년간 일하다가 지난 1994년 은퇴했지만, 두고두고 이 사건이 마음에 걸렸다. 아들인 존 모워리 주니어는 아버지를 따라 형사의 길을 걷게 됐고 1998년 아버지가 일했던 부서에 합류하게 됐다.
인디애나주 그리피스서는 2018년 미제 사건 재조사에 착수했는데, 아들이 아버지가 맡았던 사건의 재수사에 나섰다. 아들은 아버지를 비롯해 당시 수사관들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형사들이 “욕실에서 채취된 피는 용의자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을 알게 됐다.
당시엔 DNA 분석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지만, 2022년 DNA 분석기업인 파라본 나노랩스가 욕실에서 채취됐던 혈액 등을 심층분석 해 41년 만에 단서를 잡게 됐다. 지난해 분석가들은 혈액 샘플을 조사해 그레고리 서슨의 가족 중에서 용의자 세 명을 찾아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셋 중 한 명은 요양원에서 살다가 숨졌다. 수사관들은 모발 샘플을 분석한 결과, 요양원에서 지냈던 남성을 용의자에서 제외했다.
그 후 일리노이주(州) 경찰서의 도움을 받아 서슨의 형으로부터 DNA 샘플을 채취했다. DNA 샘플은 뜻밖에도 교통 단속이 계기가 돼 얻게 됐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일리노이주 경찰이 교통 단속을 하며 서슨의 형이 몰던 차량을 멈춰 세웠다. 이때 그는 차창 밖으로 담배 한 대를 던졌는데 경찰이 이 꽁초를 수거했다고 한다.
분석 결과, 서슨의 형도 용의자에서 제외됐다. 용의자를 한 명씩 제외한 결과, 욕실 혈액 DNA가 그레고리 서슨의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에 따라 서슨은 체포됐다.
NYT에 따르면 서슨은 현재 레이크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서슨의 살해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조사중이다. 존 모워리 시니어 형사는 NYT에 “아들이 43년 만에 사건을 해결해 너무나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중앙일보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