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아시안 증오범죄 339% 급증
규탄 목소리 커져도 해결책 보이지 않아
지난해 3월 16일, 체로키 카운티 액워스시와 애틀랜타 시에 있는 마사지 업소 3곳에서 연쇄 총격 사건이 발생,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졌다. 이후 미국 전역에서 아시안 혐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아시안 혐오 범죄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총격범인 백인 남성 로버트 애런 롱(21)은 첫 업소에서 4명의 사상자를 낸 뒤 애틀랜타 시내 스파 두 곳으로 이동해 총격 범행을 저질렀고, 이로 인해 4명이 더 목숨을 잃는 참사가 빚어졌다. 범행 후 달아났던 롱은 사건 발생 3시간 30분 만에 애틀랜타 남쪽 150마일 거리에서 체포됐다.
총격 범행의 장소가 아시안 이민자들이 많이 종사하는 업소들이라는 점, 희생된 8명 중 4명이 한인 여성이라는 점에서 아시안 커뮤니티는 물론 미주한인사회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롱의 총격 범행은 단순히 애틀랜타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내 뿌리 깊은 인종 혐오와 차별 의식이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영리단체인 ‘스톱 아태계 헤이트'(Stop AAPI Hate)에 팬데믹 이후 작년 말까지 보고된 아시안 대상 범죄는 1만1000건에 달하며, 작년 아시안 증오범죄는 339% 늘었다.
아태계 5명 중 1명은 증오 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파 총격 참사 사건 이후 지난 1년간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목소리는 커졌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총격 참사 1주년을 맞아 16일 오전 아시안계 비영리단체들은 다운타운 주의회 청사 앞에서 집회를 가지며, 오후에는 아시안 증오범죄 방지위원회(STOP Asian Hate)가 한인회관에서 1주기 추모식을 개최한다. 또 뉴욕과 LA 등의 아시안 커뮤니티에서도 추모집회가 열린다.
▶’증오범죄 혐의’ 재판 진행 중= 애틀랜타 스파 총격범 롱은 범행 동기로 성 중독을 주장했고, 지난해 7월 27일 체로키 카운티 수피리어 법원으로부터 4회 연속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증오범죄 혐의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은 풀턴 카운티 수피리어 법원에서 진행 중에 있다. 패니 윌리스 풀턴 검사장은 롱에게 사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인사회에도 증오범죄 ‘경종’= 사건 발생 직후 미국 전역에서 아시안 혐오범죄 근절을 위한 규탄 시위가 열렸다. 아시아계 미국인을 차별하지 말자는 문구가 SNS를 통해 인종을 불문하고 활발하게 퍼졌다.
애틀랜타 한인사회도 총격사건의 피해 유족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에 나서는 한편 증오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나름대로의 대응에 나섰다. 여러 한인단체들은 애틀랜타 아시안대상 범죄 범한인 대책위원회(추진위원장 김백규)를 결성해 다른 아시안계 단체들 연계해 증오범죄 퇴치 노력을 펼쳐왔다.
▶끊이지 않는 아시안 증오범죄=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아시안 혐오 범죄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아시안들이 많이 거주하는 각지에서 아시안 증오범죄 사건들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2월 뉴욕에서 주유엔 한국대표부 소속 외교관이 ‘묻지마 폭행’을 당했고, 이어 한인 여성 크리스티나 유나 씨가 정신질환 노숙자의 공격으로 살해당하는 등 증오범죄의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는 한인들도 늘고 있다.
박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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