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속 한인들 연극으로 위로
…다시 설 수 있도록 관심과 후원 필요”
애틀랜타에도 활발히 한인 연극공연이 진행됐던 적이 있었다. 1990년 연극방송동우회로 출발한 ‘애틀랜타 한인연극협회’는 애틀랜타 다운타운의 시빅센터에서도 연극무대를 치뤘고 많았을 때는 600~700명까지 객석이 꽉 찼다. 이를 보기 위해 타주에 거주 중인 한인들이 애틀랜타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7년 8번째 공연을 끝으로 애틀랜타 연극협회의 연극은 마무리가 됐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해 경제위기가 한인 사회에까지 퍼지면서 더이상 지속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한인연극협회 임원진들은 중앙일보를 방문해 15년만에 다시 연극 공연을 시작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시 연출을 담당했던 권명오씨는 “그때처럼 많은 한인들 앞에서 연극 공연을 펼치고 싶다”라며 “우리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어 이민사회에 큰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중에는 한국에서도 활동했던 김복희씨, 유은희 밀리언에어 부동산 공인중개사, 최창덕 연극협회 회장 등 한인사회에 잘 알려진 이들이 있었다.
김복희씨는 한국에서 은퇴하고 아들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왔지만 우연히 애틀랜타 연극협회를 알게 됐다. 첫 배역이 악역이었지만 유명배우의 이름은 던지고 연기만 할 수 있다면 좋다는 생각으로 여러차례 공연에 섰다.
유은희 공인중개사는 예술의전당에도 섰던 뮤지컬배우 출신이었다. 미국 이민 후엔 지인 추천으로 연극협회에 대해 듣게 됐다. 첫 공연에서 김복희 배우와 어머니와 딸 역할로 호흡을 췄고 아직까지 연극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최창덕 회장은 이전에 합창단 활동을 했지만 성량이 풍부한 배우를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오디션에 지원해 첫 주연을 따냈다. 당시 30대로서 참여했지만 그보다 어린 10대 20대 후배들도 연극에 참여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연극 공연이 재개된다면, 그때처럼 다양한 연령대의 연기자들이 모여 시너지를 발휘하는 연극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2006년 ‘울고 넘는 박달재’ 공연 기념 사진. 가운데 줄 오른쪽 6번째가 한국에서 탤런트이자 전문 연극배우로 활동한 김복희씨, 가운데 줄 왼쪽 첫번째 안경 낀 사람이 연출자 권명오씨다. [사진=권명오씨 제공]
1999년 공연작 ‘홍도야 울지마라’ 출연진들과 함께 한 기념사진. [사진=권명오씨 제공].
이들은 어려웠던 1990~2000년대의 한인 이민사회에 즐거움을 선사했다. 공연을 통해 한인 이민자들이 겪는 아픔을 대표하고, 한인 이민자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다만 현재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의 발달로 다양한 한국 콘텐츠를 경험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아마 연극무대에 서는 게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꼭 연극무대에 서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애틀랜타 한인사회가 커지고 다양해진 만큼 그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고 코로나19 상황 속 다시 한번 연극을 통해 한인들을 위로하고 싶단 이유에서다.
이들은 “아이러니하게 오히려 애틀랜타 한인인구가 많지 않고 활발하지 않았던 때 우리는 연극을 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한인사회가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고 꽤 성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연극하기가 더 힘든 상황이 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전처럼 꼭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면서 “한인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애틀랜타 한인연극협회 전화 678-677-1004
박재우 기자